STX조선이 현대상선을 살렸다?

STX조선이 현대상선을 살렸다?

김진형 기자
2016.06.13 04:40

용선료 인하 거부하던 '조디악', STX조선 법정관리 발표 직후 입장 변화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진행된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마친 뒤 마크 워크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국계 선주인 조디악은 이날 협상장에 불참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진행된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마친 뒤 마크 워크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국계 선주인 조디악은 이날 협상장에 불참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의 가장 큰 난적이었던 영국계 선주인 '조디악'을 움직였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결정을 보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용선료 인하에 동의했다는 것.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지난 10일 타결된 가운데 용선료 협상 진전에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채권단 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사 5개, 벌크선사 17개 등 22개 선주와 협상을 벌여 왔다. 벌크선사가 더 많지만 핵심은 전체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이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벌크선사와는 계약변경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컨테이너선 5개사와 용선료 인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인 지난 10일 협상 타결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5개 컨테이너선사들의 용선료 인하 동의 여부는 '조디악'에 달려 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나머지 4개사는 조디악이 동의하면 우리도 동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디악은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장에도 나타나지 않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용선료 협상의 핵심이었던 '조디악'이 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에얄 오퍼 조디악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면서 답보 상태였던 협상이 물꼬를 튼 한 상태였다.

여기에 25일 STX조선의 법정관리 결정 소식이 현지에 전해지면서 '조디악'이 급기야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 법정관리 결정이 있었던 25일 밤, 협상팀으로부터 조디악이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 답변을 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던 채권단의 공식입장이 '협상에 진전이 있다'로 돌아선 것도 이때였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부가 현대상선을 법정관리로 보낼 수 있겠느냐'는 해외 선주들의 의심이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인하가 안되면 법정관리밖에 없다'고 일관되게 강조했지만 '설마'했던 것.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4조4000억원을 쏟아 부은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을 보면서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가 '엄포'가 아님을 인식했을 것이란게 채권단의 추정이다.

게다가 조디악은 STX조선과도 채무 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TX조선은 "조디악과 과거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지만 위약금을 물고 취소하려 했으나 조디악이 기회비용까지 합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배상 청구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시작된 만큼 조디악은 이 돈을 받는 것도 불투명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법정관리라는 배수진을 친 우리 정부와 조디악간 사실상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는 점에서 STX조선의 법정관리 결정이 협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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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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