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 대기중… 16일 새벽 투자위원회 열 가능성도

국민연금이 15일 저녁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보낸 채무 이행협약서를 받아,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이날 국민연금 측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상환 자금 1000억원을 즉시 따로 예치해두겠다고 제안했다.1000억원은 대우조선이 법정관리 후 청산될 때 투자자들이 회수할 것으로 추산되는 돈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되면 대우조선이 곧바로 에스크로 계좌(별도 결제 계좌)를 만들어 이 돈을 넣어두기로 했다. 사채권자들에게 청산 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은 상환을 사실상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국민연금과 산은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이 채무 이행과 관련된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회사채 상환을 보장해주는 '법적 효력'이 있는 확약서를 요구했고, 산은 측은 상환을 사실상 보장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국민연금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맞서 왔다. 산은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이행협약서 안(案)을 국민연금 측에 보내면서 양측의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민연금과 채권단 협상은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긍정적이었다. 13일 저녁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회동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동 이후 채권단은 지난 14일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의 첫 만기가 돌아오는 2020년 4월 전 에스크로 계좌(별도 관리 계좌)를 열어, 상환을 사실상 보장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또 다시 "법적인 효력이 있는 상환보증"을 요구하면서 다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전날과 이날 오전까지 실무자들끼리 회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한때 산은과 협의점을 찾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행 확약서가 당초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고 판단 15일에는 "국민연금과 산업은행간 원리금 상환보장에 대해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으며, 국민연금은 채무조정안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투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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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산은이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한 제안을 해오지 않는 경우 원칙대로 채무조정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산은이 어떤 내용의 제안을 했는지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정상 보면 산은이 보낸 이행확약서가 사실상 마지막 제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이를 검토하고 있고 검토가 끝나는대로 투자위원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위원회 위원들이 현재 모두 대기 중"이라며 "빠르면 내일(16일) 새벽에라도 투자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16일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 준비를 위한 관계기관·부처 회의를 열 예정이다.
1조35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회사채 중에서 국민연금 보유분은 약 3900억원에 달한다. 오는 17일,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50% 출자전환, 50% 3년 만기 연장' 조정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 혹은 기권을 할 경우 채무조정안이 가결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되면 채권단은 곧바로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을 신청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이동걸 산은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기획재정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16일 오후 4시쯤 'P플랜 준비 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