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카뱅) 출범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후 첫 외부행사로 택하면서 더욱 빛났다. 최 위원장 외에도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 등이 참석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카뱅은 기대에 부응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 1주일만인 지난 3일 계좌수가 150만좌를 넘어서면서 이미 출범 4개월이 넘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뛰어넘었다.
비슷한 시기 카뱅의 화려한 출범식에 밀려 조용히 묻힌 행사가 있었다. 카뱅 출범식 바로 전날 가입대상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판매를 시작한 IRP(개인형 퇴직연금) 관련 행사다. 지난달 26일 신한은행이 본점에서 자영업자 IRP 1호 가입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행사에는 금융위가 아닌 노동부 이성기 차관이 참석했다. 지난해 3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직접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해 홍보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은 하반기 IRP 가입대상 확대에 기대가 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지난달 3일 정기 조회사에서 IRP를 "매우 중요한 미래 먹거리"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IRP는 한번 가입하면 오랫동안 돈을 납입해야 한다. 고객을 연금 수령 때까지 붙잡아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금수령 계좌나 체크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 연금 상품에 가입하려는 가입자는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량 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다. 금융소비자는 IRP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P는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는 IRP 붐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가 나오자 제대로 된 마케팅을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IRP를 판매하는 은행,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움츠리고 있다. 가입대상이 확대된 지 열흘이상 지났지만 IRP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붐은 없었다. 과도한 우려가 IRP 불씨를 끈 것이다.

새 정부에서 금융이 소외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만난 금융권 인사는 더 나아가 "새 정부가 '금융은 곧 탐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IRP뿐만 아니라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도 이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거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 배당소득증대세제 폐지,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일몰 등은 모두 '부자들만 금융으로 돈을 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새 정부가 금융을 소외시키지 않는다고, 금융을 탐욕으로 보지 않는다고 반박하려면 정부가 IRP를 비롯한 금융에 규제만 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