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질타도, 언론의 지적도, 금융회사의 요청도 모두 새겨 들어야 하지만 근래 금감원이 외부 입김에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내부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우리의 권한을 행사하자"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잇따라 관치 논란을 일으키면서 조직이 외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채용비리 점검, 상주검사역 도입 등은 '관치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최 원장과 금감원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은 분명 '간섭과 개입의 강화'를 향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라며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자산운용에 대한 개입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란 이유로 임원 선출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인사 자율성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 소비자 보호란 명목으로 수수료와 금리를 통제하는 것은 가격정책에 대한 간섭이다.
간섭과 통제의 강화는 지난 시절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 지난 정부는 금융산업의 활력을 위해 상대적으로 자율을 강조했다. 검사를 최소화하고 각종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자율의 강조'는 금융회사의 이익극대화를 부추기고 그만큼 금융의 공공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금융권의 성과는 온전히 그들의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이 아니라 이같은 흐름과 관련돼 있다.
신용공급(대출)을 무제한 늘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본능이다. 제조업체가 물건을 많이 팔아야 돈을 벌 듯 금융회사는 대출을 많이 해야 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금융회사들은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겠지만 금융산업 전체로 보면 과도한 부채,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그 본능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래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간섭은 권한이고 의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금융회사에 대한 통제 강화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중요한 것은 금융권이 통제받아야 하는 것처럼 금융당국 역시 간섭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늘 '관치'의 유혹을 받는다. 관치가 가장 쉬운 금융감독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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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금융당국이 예고한 간섭 강화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하나둘 나올 예정이다. 그때마다 당국은 관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왜 우리의 진정성을 몰라주느냐'고 답답해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자율 강조'에서 '간섭 강화'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금융권이 귀를 열고 자율 강조 시절에 놓친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는 것처럼 금융당국 역시 비판에 마음을 열고 자율과 간섭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