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불안한 동거 10년]<1>금감원, 역할·권한 강화 강조…삼바 논쟁, 10년 갈등 표면화

대표적인 금융위원회 해체론자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결과를 사전통보한 사실을 금감원이 공개한데 대한 금융위의 질책, 금감원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권한 확대 요구.
불과 20여일 사이에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을 공개 비판하고 금감원이 금융위에 대놓고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모습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혼연일체’를 강조하던 지난 정부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이 상견례를 통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기관간 불협화음은 앞으로도 계속 터져 나올 것이란게 금융권 관측이다. 두 기관간 불협화음의 이면엔 2008년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출범한 후 10년간 쌓인 갈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금융위 해체론자의 금감원장 임명=최흥식·김기식 전 원장이 불명예 중도 퇴진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만에 금감원장은 벌써 3명째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금감원장의 공통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들이란 점이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모두 담당하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집행기구로 존재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다. 이들은 특히 금융위보다 금감원의 역할과 권한 강화를 주문해 왔다.
공교롭게도 주장의 강도는 최흥식 전 원장보다 김기식 전 원장, 김기식 전 원장보다 윤석헌 원장이 더 강하다. 원장이 불명예 낙마할 때마다 청와대는 오히려 더 센 인물들을 금감원장에 임명해왔다. 이들은 금감원장 취임 후 ‘정책과 감독은 다르다’, ‘독립성이 중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금융위와의 ‘혼연일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지금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금융감독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표면화되는 금융위와 금감원간 갈등=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관리, 감독하는 구조다.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금융위를 통해 이뤄진다. 금융감독규정 개정권도 금감원장이 아니라 금융위가 갖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에 대한 모든 정보는 집행기구인 금감원에 있다. 인력도 금감원은 2000명, 금융위는 300명이 채 안된다. 최 위원장이 “금감원 협조 없이는 금융위 혼자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한과 정보가 각기 다른 기관에 있는 이 구조는 ‘혼연일체’라는 구호로 봉합돼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명확한 소신을 가진 금감원장이 임명된 후 ‘혼연일체’는 눈에 띄게 금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 감리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감리결과를 사전통보한 사실을 공개한데 대해 금감원은 사전통보가 금감원의 권한이고 시장 파장을 고려해 공개했다고 했다. 반면 금융위는 사전통지를 공개한 전례가 없는데다 최종 결론은 감리위원회 몫인데 사전통보 공개로 마치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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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지난 10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시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조사권과 디지털 포렌식 장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등 강제조사권 확보에 나선 것도 양 기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금융위 산하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 업무와 충돌할 수 있어서다. 2013년 9월 자조단 출범 후 금감원의 자본시장 조사 기능이 약화했다는 불만이 공식적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선명성 경쟁?=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금융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는 얘기였고 금감원장에 외부 인사를 임명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지난달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에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전까지 금융위의 입장은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국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지만 금융위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삼성생명이 자발적으로 매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문재인 정부가 주요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는 ‘삼성’을 겨냥한 이면에는 ‘금융위가 개혁의 주체’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왔다.
얼마 후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사전통보 사실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사전통보 공개인데다 시점이 마치 ‘삼성’을 두고 양 기관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듯 공교로웠다.
금융권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두 목소리를 내며 개혁성을 앞세우다 보니 안정적이어야 할 금융권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내놓은 채 진전은 없자 금융당국에 균열이 생기며 금융권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향후 계획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