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그 순서를 뒤집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지난해 8~11월 은행 2곳, 증권사 3곳, 자산운용사 5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였다.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실태 점검을 위해서다.
그런 뒤 금감원은 판매사인 은행부터 제재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아직 손 회장과 함 부회장,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는 제재가 통보되지 않았지만 오는 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관제재가 확정되면 함께 통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대한 제재를 먼저 한 뒤 금감원은 증권사 제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대해 고위험 상품 관련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라며 권고사항에 불과한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제재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금감원은 왜 은행부터 제재를 했을까 하는 것이다. 판매사가 2곳에 지나지 않아 빨리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는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금감원은 당시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이는 지난해 10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검사도 끝냈다는 얘기가 된다.
판매사에 대한 제재가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경징계였고 임직원 제재도 없었다. 제재의 난이도는 은행이 훨씬 높았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조정하긴 했지만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6개월과 각각 230억원, 26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게다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별도로 중징계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비교적 덜 복잡한 것부터 제재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제재를 담당하는 부서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금융권은 금감원이 은행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금융 주주총회 직전에 제재안을 보내 손 회장이 법적 대응을 할 물리적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라는 의심까지 나온다. 제재안은 통보되면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법원으로부터 주주총회 전에 가처분 결정을 받지 못하면 연임이 무산된다는 계산까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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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오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시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취약한데도 무리수를 둔 탓일 수 있다. 갓끈은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묶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