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제로금리 쇼크, 생보사가 위험하다

코로나19發 제로금리 쇼크, 생보사가 위험하다

전혜영 기자
2020.03.25 04:41

['지금이 골든타임' 생존위기 생보업계]<상>-①

[편집자주] 엎친 데 덮친 정도가 아니다. 올해 성장을 포기한 보험업계에 코로나19로 촉발된 실적 급락에 제로금리 쇼크까지 쓰나미급으로 휘몰아쳤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생명보험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머니투데이는 2회에 걸쳐 최근 코로나19와 금리인하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생보산업의 경영환경을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과 지원방안을 살펴본다.

국내 상장 생명보험회사의 시가총액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절반이 날아갔다. 17조9650억원이 8조71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있지만 금융주, 그중에서도 보험주의 타격이 크다. 이는 곧 국내 보험업계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없이도 성장 포기, 이제는 생존도 위기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보험업계는 2020년을 시작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보험금 지급 부담은 커지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게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까지 장기화하면서 역마진이 커지자 설립 60년이 넘은 대형사들도 ‘성장’ 대신 ‘생존’을 목표로 잡았다. 즉 올해 사업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새로 보험에 가입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시장 자체도 이미 포화됐다. 2018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이다. 연간 출생아도 2013년 32만3000명에서 2015년 30만3000명, 2016년 28만2000명으로 줄고, 2018년에는 25만8000명까지 떨어져 7년 연속 감소세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보험의 주요 수요자인 30~40대 인구 비중이 2006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규 보험 가입률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 가입률은 20대 이상 성인 기준으로 2018년 기준 가구당 98.4%이고, 개인은 96.7%에 달한다. 이미 1인당 보험 2~3건은 가입한 상태이다 보니 신규계약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19까지 확산하면서 영업 환경은 더 나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보험설계사와 법인대리점(GA) 등 대면 채널 중심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이 발달하지 않은 생명보험회사들은 대면모집 비율이 98%에 달한다.

통상 매년 3월은 보험업계에서는 ‘대목’으로 통한다. 4월 상품 개정을 앞두고 보험료가 오를 예정이라거나 보장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절판마케팅’을 벌인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빠르게 절판마케팅이 시작됐음에도 성적이 신통치 않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비대면채널 중 TM(텔레마케팅) 채널 비중이 가장 높은데 최근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로 보험사 콜센터가 집중관리대상에 포함되면서 영업이 악화됐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1월 말부터 사실상 대면영업이 중단돼 영업실적이 업계 평균 전년에 비해 최소한 20~3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설계사 리크루팅도 중단된 상태라 하반기에는 영업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월부터 설계사 등록자격시험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월평균 설계사 자격시험을 본 사람은 1만5000명이다. 기존 설계사들이 소득 불안으로 이탈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신입 설계사 유입도 안 되니 장기화할 경우 영업력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제로금리 쇼크, 솟아날 구멍이 안보인다

가장 심각한 건 제로금리다. 보험사들이 ‘설마’ 하면서도 결코 현실화하지 않길 바랐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갑작스럽게 현실화된 것이다. 보험사들은 본업인 보험상품을 팔아 거둔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본 지 오래됐다.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대신 받은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해 투자수익률로 손실을 만회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역마진이 커졌다. 자산운용 수익률과 고객에게 나중에 돌려주기로 한 이자율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특히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의 부담이 더욱 크다. 생보사들은 한때 10%대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까지 팔았다. 생보사들이 판매한 고정금리 상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 상품만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보사의 전체 보험료 적립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받은 보험료도 약 30%로 추산된다.

금리가 0%로 떨어지면 자산운용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자산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장기 채권투자에 집중해왔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이자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산운용 수익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생보업계 자산운용 수익률은 2010년만 해도 5.9%에 달했으나 2015년 4.0%로 떨어졌고, 지난해 11월 기준 3.5%대까지 내려 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금리로 인해 보험사의 부채적립이율과 운용자산이익률 간의 격차로 이차 역마진은 확대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이자수익은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고금리 확정형 계약의 비중이 높은 생보사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FRS17 연기됐지만…여전한 재무부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킥스(K-ICS) 시행으로 인한 재무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IFRS17의 시행시기가 2023년으로 1년 연기됐지만 제로금리로 자본확충 부담은 더 커졌다.

금리가 0.1% 하락할 경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 3사의 회사별 부채가 8000억~1조원 씩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적정성평가(LAT),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도 금리가 인하하면 할인율이 낮아져 준비금 적립부담이 커진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위한 할인율이 떨어지면 부채가 늘고 자본은 줄어 자본확충 규모가 증가한다”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본잠식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과연 IFRS17 등의 도입기준을 맞춰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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