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디지털 보험사가 뭐예요?"[우보세]

"근데 디지털 보험사가 뭐예요?"[우보세]

전혜영 기자
2020.06.18 04:45

[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보험업계에선 최근 디지털 보험사가 화제다. 올해 초 캐롯손해보험이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얼마 전엔 하나금융그룹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디지털 손보사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뜻이 안 맞아 중단하긴 했지만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는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인 카카오와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려고 했다. 카카오는 조만간 다른 합작사를 물색해 디지털 보험사를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디지털 보험사는 뭘까. 사실 보험업법상 디지털 보험사라는 명문화된 정의는 없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손보사 간판을 내건 캐롯손보의 경우도 ‘보험업법시행령 13조’에 따라 통신판매 전문 보험회사로 인가를 받았다. ‘통신판매 전문 보험사’는 보험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인터넷 등 통신판매로 진행하는 보험사다. 말 그대로 ‘판매채널’을 의미한다. 결국 디지털 보험사라는 분류는 각사의 지향성을 반영해 붙인 명칭인 셈이다.

단순히 채널만 디지털이라고 하면 사실 기존의 교보라이프플래닛처럼 온라인 보험사를 디지털 보험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캐롯손보나 하나손보가 자신들을 디지털 보험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채널 외에 상품과 플랫폼 면에서도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데 있다. 즉 궁극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길이 현재로선 험난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 디지털 손보사들은 아직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 대신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존 보험사들도 CM(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깔면 보험 가입부터 언더라이팅(인수심사), 보험금 청구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쓴 만큼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이나 단기 질병보험 등을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들도 앞다퉈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을 틈새 상품으로 속속 출시하고 있다. 차별화를 말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둘째로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규제나 지원이 전무하다. 현재 금융당국은 디지털 보험사에 대해 기존 보험사와 같은 잣대로 규제한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 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 디지털 보험사를 중심으로 ‘P2P’(개인 대 개인)보험이 활성화했는데 국내에서는 P2P 규제로 인해 진입할 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에 기존 보험사와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적용하면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보험사가 성공하려면 결국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별도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고민은 있다. 디지털의 특성상 혁신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당국이 선제적으로 디지털을 정의하고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할 때마다 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라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일종의 ‘행정 편의주의’로 비칠 수 있다. 당국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없고, 업계도 지나치게 당국을 의식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특히 보험의 경우 이미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불거진 후 대처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은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혁신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업계 스스로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한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 당국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늦기 전에 제도적인 지원과 규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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