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공약엔 금융감독체계 개편, GA(법인대리점) 책임강화, 금융분쟁 결정 구속력 확대, 원리금 상환부담 경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정책은 명확한 당위성을 지녀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 다만 소비자 보호에만 방점이 찍히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장에서 제기된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곳은 카드업계다. 문재인정부 시절 반복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미 업계 수익구조는 크게 약화했다. 카드사들은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같은 고금리 상품에 의존했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8% 수준이고 저신용자 금리는 19%를 넘는다. 잔액은 올해 2월 말에 4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다. 수익성은 확보했지만 연체율이 높아져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 정부에서도 수수료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 카드사들은 고금리 대출확대나 대출문턱 강화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고금리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설이다.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80~90%에 달하는데 보험료는 최근 4년 연속 인하됐다. 병원 진료비, 부품 비용, 인건비는 오르는데 보험료는 정치적 판단에 묶여 있다. 보험사 적자가 커지면 결국 소비자는 보상축소와 서비스질 저하 등으로 불편을 겪는다. 착한 가격의 대가는 소비자가 치르는 셈이다.
저축은행은 더 절박하다. 이들은 고위험군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며 조달금리와 대출금리간 마진에 의존해 생존한다. 이번 대선 공약에서 빠지긴 했으나 만약 최고금리 인하정책이 추진되면 대출금리 조정여력이 줄어 조달금리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마진이 대폭 축소되면 신규 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커진다.
지나친 규제강화는 금융시장의 근본적인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금융산업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공존하는 생태계다. 어느 한쪽에 과도한 부담이 집중되면 시장의 균형이 깨지고 그 여파는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는 정책이 지향하는 본래 목적에도 역행하는 결과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공급자가 없는 시장은 지속될 수 없다. 가격왜곡은 공급왜곡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소비자가 감당한다. 착한 금융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특정 업권에 일방적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금융생태계 전체의 약화를 부른다. 소비자 보호는 건강한 시장질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정책 당국과 정치권은 업권별 현실을 세심히 살피고 보호가 필요한 곳에 지원을, 경쟁할 수 있는 분야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하면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금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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