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위원장 콕집은 '영국 사례' 보니...은행권, 소비자보호 강화 박차

이억원 위원장 콕집은 '영국 사례' 보니...은행권, 소비자보호 강화 박차

박소연 기자
2025.11.18 07:00

금융사, 형식적 의무 넘어 결과 책임지도록 패러다임 변화
KB, 英 FCA 사례 벤치마킹도

영국 FCA(금융감독청) 소비자보호 의무/그래픽=김지영
영국 FCA(금융감독청) 소비자보호 의무/그래픽=김지영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을 언급하며 영국 사례를 언급한 가운데,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23년 도입한 '소비자보호 의무(consumer duty)'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사의 무과실 배상책임과 관련해 "연내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은 영국 같은 경우도 도입하고 있다. 무조건 금융사에만 배상책임을 지우는 게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나 요건, 절차를 금융권과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배상뿐 아니라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전반에서 영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7월 시행된 영국 FCA의 '소비자보호 의무'는 영국에서 가장 중대한 금융서비스 규제 변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기존에 금융회사가 소비자에 대한 설명 의무 등 관련 규정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면 소비자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면, '소비자보호 의무'는 소비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도록 한다. 과정 만이 아닌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소비자 보호 체계인 셈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 환경이 디지털화되고 정보 비대칭이 심화됨에 따라 단순한 규정으로는 소비자 보호가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행 소비자보호는 판매하는 사람이 소비자보호 '절차'를 이행했다는 것을 소명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라면 영국의 사례는 실제로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FCA 산하의 PSR(결제시스템 규제기관)에 따르면 영국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승인한 송금 중 사기에 의한 경우 금융회사의 환급 대상이 된다. 환급 범위는 회당 최대 8만5000파운드(약 1억6000만원)다. 소비자 과실의 입증책임은 PSP(지급결제 서비스 제공자), 즉 송금·입금 처리 은행·결제기관 전체에 있다.

다만 영국도 피해금 환급 예외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경고를 무시하고나 신고를 지연하고 정보요청에 불응하거나 피해자가 사기 행위에 공모하는 등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에 따라 다양한 후속조치를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소비자보호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자 영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규제 준수 차원의 '절차 중심'에서 소비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원칙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철학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소비자보호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7월 금융지주 최초로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했으며 전 그룹사 CCO(소비자보호본부장)가 참여하는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제도화해 소비자보호 전략과 제도를 심의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그룹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체계와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직접 주재하고 지주·자회사 CCO 12명이 참석하는 정례회의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4대 핵심과제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추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법제화는 당국의 영역"이라며 "일선 은행에선 다양한 방식과 내부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의 피싱 피해를 줄이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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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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