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은행권의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다. 고객이 직접 관리하는 과정을 최소화하고 AI가 자산 상태를 진단·요약해 결과를 제시하는 이른바 '제로클릭(Zero-click)' 자산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말 기존 로보어드바이저를 고도화한 'AI자산케어'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AI자산케어는 금융소비자의 금융정보를 AI가 분석해 재무건전성과 투자적정성을 진단하는 서비스로 재무·투자·목표·시장 등 네 가지 진단 체계를 갖췄다.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가 표·도식 위주였다면 AI자산케어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진단 결과를 문장으로 풀어 설명한다. 금융 지식이 많지 않아도 '왜 이런 진단이 나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GPT 기반 모델로 교체한다. 향후 채팅형 UI·UX를 적용해 '일상 대화'만으로도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상담 현장에서 활용하는 AI 자산관리 비서 서비스를 내년 1월 말에 업그레이드한다. '세일즈 싱글뷰(Sales Single View)' 화면을 통해 고객의 현재와 과거 수익률이 포함된 종합자산현황, 과거 투자 이력, 상담용 제안 팁 등을 한 페이지에 모아 보여준다.
분 단위로 변하는 시장 상황과 방대한 상품 정보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AI가 대신 덜어주는 셈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흐름에 맞게 일관된 상담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금융시장·상품에 대한 질문에 텍스트와 차트·표를 같이 보여주는 'Agent Q&A'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은 '케이봇쌤(SAM)', 하나은행은 '아이웰스(AI-wealth)'를 운영 중이다. 케이봇쌤은 연초 대비 이용률이 132% 성장했고, 아이웰스는 최근 누적 판매액 2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은 아이웰스에 개인화 태그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별 투자 제안을 정교화하는 중이다.
은행들이 AI 자산관리 고도화에 더욱 공들이는 건 소비자들의 금융 이용 행태가 '제로클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서다. 제로클릭이란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 선택하지 않아도 AI가 맥락을 이해해 필요한 정보와 판단 결과를 즉시 제시하는 경험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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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산관리의 효과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AI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평균 저축액은 이용 전보다 약 12% 늘었고, 충동소비는 8% 감소했다. 자산 현황과 경제 환경을 상시로 인식하면서 소비·저축 행태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년층을 위한 AI 자산관리 서비스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일찌감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지만 금융 이력이 짧아 분석할 데이터가 적은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맞춤형 금융교육과 청년 재무상담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은행들도 관련 서비스 개발을 검토하는 단계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AI 자산관리가 '얼마나 고민을 덜어주느냐'의 경쟁으로 가고 있다"며 "다만 AI는 투자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인 만큼 최종 결정은 금융소비자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