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할부 못갚아"… 캐피탈, 건설업 침체에 모럴해저드 이중고

"트럭 할부 못갚아"… 캐피탈, 건설업 침체에 모럴해저드 이중고

이창섭 기자
2026.02.02 16:35

트럭 할부금 월 수백만, 일거리 없자 상환 못해
집 대출금보다 먼저 갚았었는데… "놓아버리는 경우 많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0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만3000명(0.6%) 증가했지만 건설 경기는 불황이 이어지며 건설업 취업자는 9만7천명이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07.16.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0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만3000명(0.6%) 증가했지만 건설 경기는 불황이 이어지며 건설업 취업자는 9만7천명이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07.16.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상용차를 취급하는 캐피탈사가 건설업 불황과 도덕적 해이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트럭 등 할부금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차주가 늘었다. 정부 빚 탕감을 기다리며 상환을 미루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조정 확대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일으켜 연체율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2개 할부·리스(캐피탈) 금융사의 평균 연체율은 2023년말 1.95%에서 지난해 9월 2.47%까지 뛰었다. 상용차를 주로 취급하는 캐피탈업권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상용차는 상업적인 용도에 사용되는 차량이다. 덤프트럭과 같은 화물차나 레미콘·크레인 등 특장차가 이에 속한다. 국내 상용차 할부 시장은 현대커머셜이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커머셜 연체율 상승 폭이 크다는 건 그만큼 다른 회사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 외 상용차 영업을 주로 하는 곳으로는 메리츠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NH캐피탈, KB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상용차를 취급하는 캐피탈사의 연체율이 오르는 주요 원인으론 역대급 불황인 건설경기가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사 시공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전년 대비 16.2% 감소했다.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줄었는데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8.1%)보다 마이너스 폭이 크다.

대형 덤프트럭은 신차 가격이 2억~3억원, 중고가로도 1억원에 달한다. 캐피탈에 매달 갚아야 할부금이 수백만원에 달하는데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차주의 상환 능력이 크게 약해졌다. 결국 차주가 버티지 못해 할부금 상환을 포기하면서 캐피탈 연체율이 올라간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새출발기금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건설 부문 캐피탈 고객도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출발기금은 빚을 갚지 못하는 개인사업자의 채무를 조정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는 생계 수단이라 차라리 집 대출금을 연체할지언정 할부금은 잘 갚았었는데, 지금은 건설업 일거리는 없는데 채무 금액은 워낙 많아 상용차 부문에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 빚 탕감을 기다리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현 정부는 오래된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을 가동하는 등 채무조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것이 차주의 상환 의지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엔 '그래도 갚아야 할 돈'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채무탕감 정책이 활성화된 이후로는 갚지 않고 버티거나 그냥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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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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