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족쇄 풀고, 중견기업 대출 품고… 저축은행 반등 노린다

유가증권 족쇄 풀고, 중견기업 대출 품고… 저축은행 반등 노린다

이창섭 기자
2026.02.24 10:24

금융위원장-저축은행 간담회
중견기업 대출, 여신비율 인정·유가증권 한도 완화 등 긍정적 평가
대형사엔 규제 강화… "장기적으로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

금융위원회와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가 12일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 건물에서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주제로 만났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이억원 금융위원장, 세 번째가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사진=이창섭 기자.
금융위원회와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가 12일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 건물에서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주제로 만났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이억원 금융위원장, 세 번째가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사진=이창섭 기자.

금융당국의 영업 규제 합리화에 저축은행 업계의 숨통이 틔었다. 저축은행은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넘겼지만 영업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침체해 있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거의 취급하지 못했던 중견기업 대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형사는 업계 숙원이었던 유가증권 투자 한도가 풀리면서 적극적으로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12개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들은 23일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만나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저축은행의 생산적 금융 강화와 영업행위 합리화 및 건전성 규제 방안이 발표됐다.

저축은행 업계는 최고금리 인하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 등으로 불리한 영업환경에 처했다. 지난해 부동산 PF 위기를 겨우 견뎌냈으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완전한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지방 소재 중·소형사 고충이 크다. 저축은행은 각자 영업구역 안에서 의무적으로 대출해야 하는데 지방 경제가 위축되면서 금융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에서 업계가 가장 반기는 부분은 중견기업 대출 활성화다. 앞으로 저축은행의 중견기업 대출도 영업구역 의무여신 비율에 산정된다. 업계는 더 적극적으로 중견기업 상대로 영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저축은행은 설립 목적에 따라 자신의 영업구역 안에서 개인·중소기업의 여신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 대출은 영업구역 내 의무 여신비율 산정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업계는 중견기업 대출도 의무여신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특히 경제 위축으로 영업구역 의무여신 비율을 다 채우기가 어려웠던 지방 소재 저축은행에서 이같은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형사 유가증권 보유 한도 완화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은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유가증권을 한도 내에서만 보유할 수 있다. 가령 주식은 자기자본 50% 이내에서만 보유할 수 있다. 비상장 주식이나 회사채는 이 비율이 10%다.

이에 저축은행은 유가증권 투자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다. 지금처럼 증시 호황기에는 원하지 않게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으로 OK저축은행은 지난 12일 JB금융지주 주식 146만8428주를 매각했다. 회사의 JB금융지주 지분율은 6.21%로 낮아졌다. OK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제30조에 명시된 주식 보유 한도 규제 때문에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장기적으로 대형 저축은행엔 지방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대주주 지분 규제가 적용된다. 다만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실제 대형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오히려 규모별 차등 규제가 필요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금리 대출 규제 완화는 논의되지 않았다. 서민 금융 공급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가 많았으나 해당 상품은 저축은행만 취급하는 게 아닌 만큼 다른 자리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방안에는 그간 저축은행이 요구해왔던 내용이 상당 부분 들어갔는데 코로나19 이후 규제 일변도였던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대형사 규제 강화 부분에도 "자산이 14조원인 회사와 35억원 곳이 공존하는 업권에서 규모별 차등 규제는 당연하다"며 "장기적으로 대형 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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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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