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객 아니어도 된다..."창업 1세대 살리자" 정진완의 결단

우리 고객 아니어도 된다..."창업 1세대 살리자" 정진완의 결단

박소연 기자
2026.03.11 17:30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조직도 및 세부 역할/그래픽=윤선정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조직도 및 세부 역할/그래픽=윤선정

"국내 1세대 창업자들은 기름 묻히는 제조업을 많이 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자신과 달리 유학 보내거나 교수, 판검사, 의사 시킨 경우도 상당하다. 회사는 이만큼 키워놨는데 자녀 승계가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다."

김유재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장(본부장)은 11일 "최근 자녀들이 기업 승계를 안 하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기업승계 업무가 자녀 상속 시 세무·회계 상담 위주였다면, 우리은행이 자녀 승계가 어려운 경우 법제도 개선까지 보고 있는 배경이다.

승계 계획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이유/그래픽=이지혜
승계 계획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이유/그래픽=이지혜

1세대 창업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소기업 대표 중 60세 이상의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3년 36.8%로 급상승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승계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향후 32만5000개의 기업과 307만개의 일자리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다 20~30년 앞서 1세대 창업주의 은퇴 시기를 겪은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못하는 '후계자 부재'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끝에 신탁형 종업원지주제(ESOP) 등의 대안 마련에 나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4년 기준 일본 기업의 52.1%가 후계자 미정이며 2025년 약 127만개 기업이 승계 없이 사라질 위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경우 최대 650만명의 일자리와 22조엔 규모의 GDP가 감소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기업승계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지 않았지만, 제도적 기반을 미리 마련해두지 않으면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준비 없는 승계는 매각이나 구조조정, 핵심인력 유출, 지역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제조업체의 약 97% 중소기업임을 감안할 때 국가적으로 상당한 손실이 우려된다.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을 경우 향후 기업계획/그래픽=이지혜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을 경우 향후 기업계획/그래픽=이지혜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승계가 필요한 기업 중 83.4%가 자녀 승계를 희망하나, 제 3자 매각(64.5%)도 상당 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초 은행권 최초로 기업승계 전담 조직인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자녀 승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업 기로에 선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존 고객이 아니어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로펌, 회계법인과 자문계약을 맺고 전문적 컨설팅을 제공하지만 비용도 청구하지 않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리스크를 선제 관리해 자녀 승계 실패로 인한 급격한 매각·폐업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업가치를 존속시키고 지역 내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기업금융과 WM, IB역량 결합을 통한 생산적 금융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기업 승계는 단순한 지분 이전이 아니라 기업의 다음 세대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우리은행은 기업의 창업과 성장뿐만 아니라 승계의 마지막 고민까지 함께하며 기업이 우리은행과 평생 동행한다고 느끼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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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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