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이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80%를 돌파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 효과에다 선제적인 주주환원 정책, 탄탄한 실적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금융권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장 마감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80.01%(보유 주식 수 2억8377만4735주)를 기록했다.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이래 외인 지분율이 8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로도 외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16일 80.04%, 17일 80.06%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는 신한지주(61.59%), 하나금융지주(68.37%), 우리금융지주(45.28%) 등 경쟁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과 비교해 최대 35%포인트(P)가량 높은 수치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외인 지분율이 80%가 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대주주가 외국계인 에쓰오일(S-Oil)이 한 때 80%를 넘었으나 현재는 79.22%로 80%를 밑돌고 있다.
과거 은행주는 2006~2007년 자본시장 개방기에 한때 외국인 지분율이 80%를 돌파한 바 있다. 당시 상장사였던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며 오랜 기간 40~60%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2024년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외인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번 80% 돌파의 결정적 계기는 KB금융의 과감한 자사주 소각이다. KB금융은 지난 4월 실적 발표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약 3.8%에 해당하는 자사주 1426만주(약 2조3000억원)을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6000억원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 수(분모)가 급감했다. 이에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수에 큰 변동이 없었음에도 지난 5일 76.01%였던 외인 지분율이 8일 79.85%로 단 1거래일 만에 3.75%P 수직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이 보유한 KB금융의 주식 수 자체는 오히려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인 보유 주식 수는 2024년 5월 3억1000만주를 상회하며 정점을 찍은 후, 현재 2억8377만주 수준까지 줄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랠리를 펼치면서 배당주에 묶여있던 외인 자금 일부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거버넌스와 주주환원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4년부터 유입된 해외 자금들이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다"며 "최근 코스피 반등 국면에서 국내 반도체주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지만 KB금융이 코스피의 밸류업 대장주로서 시장을 선도한 측면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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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외인 지분율 급등을 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KB금융의 실적과 자본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탄탄한 외인 지지층을 바탕으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국민연금이나 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이 있더라도 80%에 달하는 외인 주주들이 경영 안정성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반면 ISS 등 글로벌 자문사들의 입김이 더욱 세질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외국인 지분율 상승에는 기보유 주식 처분에 따른 발행주식 수 감소 효과가 반영됐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해외투자자들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KB금융이 추진해온 선진적 자본관리 체계와 주주환원 정책이 글로벌 기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시장과 약속한 밸류업 정책을 일관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