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굴리는 MBK, 대주주 역할 다해야"

"50조 굴리는 MBK, 대주주 역할 다해야"

이창명 기자
2026.06.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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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홈플러스에 'MBK 보증 조건' 1000억 대출 의결
에스크로 계좌 예치, 자금집행 위한 '책임' 양보 불가 강조

홈플러스 사태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홈플러스 사태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에 긴급 운영자금(DIP금융) 10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단,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대출실행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금융권에선 홈플러스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MBK는 숨고 채권자가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의 회생지원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DIP금융 집행을 최종 승인했다. 메리츠금융은 19일 오전까지 해당 자금을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거래자간 출금이 가능한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키로 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즉시 자금이 출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가 추가 운영자금을 확보토록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자금집행을 위한 대주주의 보증책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위험부담을 외면한 채 메리츠금융 자금으로만 연명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홈플러스 DIP금융 지원을 놓고 벌어지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를 촉발한 경영진이자 최대주주인 MBK가 직접 해결하지 않고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을 향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MBK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다. 운용자산만 약 50조원에 달해 운용보수만으로도 연간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올해 3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달러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에 투자한 바이아웃펀드3호는 지난해 15.4%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수익은 투자자들과 나누면서 손실의 위험은 채권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MBK는 홈플러스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MBK 측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보증을 서면 MBK까지 망할 수 있다. 모든 걸 MBK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홈플러스가 파산하더라도 MBK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영부실에 무한책임이 있는 대주주조차 두려워 보증을 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이 MBK와 김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 지원방침을 밝힌 후 정치권에서도 "메리츠는 할 만큼 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메리츠금융의 이날 결정으로 공은 MBK로 넘어갔다. 1000억원을 출금하기 위해선 MBK와 김 회장의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전날 MBK에 보낸 공문에서 이번 제안이 최종이란 점을 분명히 한 만큼 MBK의 움직임에 따라 홈플러스는 다시 파국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대주주인 본인들도 망할까 봐 못 서겠다는 보증을 남에게 서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경영진의 과실로 인한 책임을 본인들은 지지 않고 채권단에만 떠넘기는 행태는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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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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