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30원선을 넘나들며 은행권의 자본 적정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구조적 외환포지션 인정 범위를 확대하면서 주요 금융지주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수혜를 받아 고환율 충격을 상쇄한 반면, 우리금융은 해당 규제 완화의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해외 장기 지분투자와 해외 점포의 이익잉여금까지 '구조적 외환 포지션'으로 인정 범위를 넓혀, 이를 시장리스크 자기자본요구액(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구조적 외환포지션은 단기 매매 목적이 아닌 장기 보유 외화자산 가운데 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보유하는 외화포지션을 의미한다. 통상 단기간 내에 회수할 목적이 없는 해외 자회사 출자금 등이 해당하며, 금감원 승인을 받으면 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빠져 자본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높아져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는 구조다. 금융권에선 환율 10원이 오르면 CET1이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38.8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은행권은 올해 1분기 말(1466.9원) 대비 최대 0.07~0.21%P 안팎의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인정받으면 이러한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비율 변동성을 차단할 수 있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다. 양사는 금감원에 구조적 외환리스크 산출 제외를 신청해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신한금융은 이번 승인으로 비거래적·장기성 외화 포지션을 시장리스크 자기자본요구액 산출에서 제외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 기준 위험가자산(RWA)이 2조7000억원 감축되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7bp(1bp=0.01%포인트) 상승해 신한은행 CET1이 14.57%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주 기준으로는 CET1 비율이 약 11bp 개선돼 13.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CET1 비율 목표를 13.19%로 제시했으나, 이번 구조적 외환포지션 인정 확대로 인한 11bp 개선 효과가 소급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역시 CET1 비율이 12bp 정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정 범위 확대는 해외 장기투자자산에 대한 환율 변동 영향을 완화해 자본비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외 법인 및 전략적 지분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쉽게 회수하거나 축소하기 어려운 해외 투자자산에 대한 자본 부담이 일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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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를 통해 해외 사업 확대, 현지 경쟁력 강화 등 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에 보다 안정적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고환율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에 직면했다. 우리은행은 해외점포 이익잉여금에 대한 과거 배당 이력 때문에 이번 확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해외 점포가 본점으로 배당금(이익)을 송금한 이력이 있으면, 당국은 이를 언제든 국내로 회수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으로 간주한다. 회수 불가능한 '구조적' 자산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 출자금' 부분이 아니라 비교적 소액인 '해외 점포 이익잉여금' 부분이 과거 배당 이력으로 인해 예외 적용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은 금감원에 구조적 외환 포지션 인정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타행과 환리스크 관리 전략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당행은 당초 타행과 달리 해외 진출 시 조달통화와 운용통화를 모두 외화로 일치(매칭)시켜 외환 포지션을 관리하고 있었다"며 "따라서 이익잉여금 등을 고려해 구조적 외환 포지션을 승인받더라도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환포지션 관리 전략 등을 재검토해 추후 승인을 추진할 계획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