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고소득·고신용자만"...'대출절벽' 내몰리는 흙수저

"대출도 고소득·고신용자만"...'대출절벽' 내몰리는 흙수저

권화순 기자, 김도엽 기자
2026.07.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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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대출 총량규제의 역풍(下)

[편집자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셧다운' 위기다. KB국민은행은 주택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렸다. 상반기에 가계대출이 급증해 하반기에는 대출 증가세를 눌러야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지킬 수 있어서다. 상반기 늘어난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주택대출이 아니라 '빚투'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이었다. 한도가 이미 부여된 마통을 막지 못하자 은행들이 실수요 주택대출을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실상 총량규제의 실패다. 가계부채를 '양적'으로만 관리하는 총량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계대출 증가율 1.5% 총량규제, 근거는?…경제상황 맞는 새 기준 필요
가계부채 총량규제 목표치와 경상성장률/그래픽=김지영
가계부채 총량규제 목표치와 경상성장률/그래픽=김지영

정부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한 근거가 된 경제 전제가 달라지면서 총량규제 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정부가 경기 상황에 따라 총량규제를 수정해온 데다가 올해 경제 성장 속도까지 달라진 만큼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경기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처음 제시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해지자 총량관리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았다. 이후 집값 급등기에는 다시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 기조가 수차례 바뀌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처음 구체화했다. 연초 예상했던 경상성장률 4.9%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89% 수준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12.3%로 상향됐다. GDP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같은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율이라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 연초 설정한 1.5%의 근거가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 경제 상황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국민총소득(GNI) 증가를 언급하며 총량규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만큼 총량관리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있지만, 1.5%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둔 게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고려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라며 "특히 증시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는 금융권에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총량규제가 가계부채 관리의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총량규제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부동산 시장 외에도 증권시장 등 더 다양한 거시경제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총량규제 관리의 한계도 지적한다. 특히 총량규제가 풍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일례로 올해 1분기에 2금융권이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늘린 뒤 금융당국의 지도를 받으면서, 2분기에는 수요가 다시 은행권으로 몰렸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듯 총량규제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라며 "풍선효과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 가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도 있지만, 최근 2금융의 특판금리를 보면 은행 수준으로 낮아서 가계부채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GDP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 높아 관리기조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라며 "1.5%에 대해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흙수저만 잡았다" 가계대출 '양적규제'→'질적규제' 바뀌나
가계부채 관리 방식,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예시/그래픽=윤선정
가계부채 관리 방식,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예시/그래픽=윤선정

양적인 관리에 치중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식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량규제에 따라 금융회사별로 연간 늘릴 수 있는 대출한도가 정해지면서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작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나 청년들은 총량규제에 따라 올 하반기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절벽'이 우려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는 대부분 '양적' 관리에 치중한다.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연간 금융회사가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의 규모를 미리 정하는 규제다. 올해는 신용대출 폭증으로 지난 15일 기준으로 이미 목표액을 초과해 하반기에는 만기도래한 대출 한도 만큼만 신규 대출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건전성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양적인 관리다. 빚을 갚을 능력과 주택가격에 따라 나갈수 있는 대출의 양을 결정한다.

양적인 관리 위주의 대출규제는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하반기에 대출 문턱을 높이면 결국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공급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대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가격 경쟁'을 할 유인도 떨어진다. 주택대출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작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대출 한도가 남아 있는 2금융권으로 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일부는 사금융 이용으로 내몰릴 위험도 있다.

총량규제가 해마다 '리셋' 되는 것도 문제다.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연말까지 대출 절벽을 유지한 은행들이 이듬해 총량규제 '리셋'에 따라 대출을 다시 늘리는 '조삼모사' 현상이 반복된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는 월별, 분기별, 반기별로 목표치를 설정해 촘촘하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양적관리로 배제되는 실수요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현재도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은 총량규제 대상은 아니다. 이와 별도로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 대한 '양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적' 규제를 넘어 '질적' 규제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우선은 주담대 취급 유인을 낮추기 위해 은행의 위험가중치(RWA)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신규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종전 15%에서 20%로 상향했으나 실질적인 자본 부담 요인으로는 작용하고 있지 않다. 기존 주담대에도 적용하거나 위험가중치를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시건전성 부담금이라는 가격규제를 도입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5일 부동산 토론회에서 "대출의 양을 줄이는 정책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고가주택, 다주택자, 고액 대출자에게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1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에 대해 2%의 부담금을 부여하면 대출액 6억원 기준 연간 1200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고가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막으면서 총량규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계부채 관리 및 부동산 대책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한은의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만을 고려할 수 없는 만큼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통해 보조적으로 사실상의 금리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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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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