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3년 묵은 보험 자산운용 규제의 덫 (上)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를 13년 만에 재검토 한다. 보험사는 운용자산 1000조원이 넘는 '큰 손' 투자자지만 국고채 수준의 낮은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에 금융회사 매물이 쌓였는데도 투자한도 규제 때문에 보험사들이 적극 나서기도 어렵다. 삼성전자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도 자사주 소각 타이밍을 확정하지 못한 근본원인 역시 삼성 보험계열사에 적용되는 사전적인 자산운용 규제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들의 규제 개선 건의를 받아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산운용 규제 합리확 작업에 착수했다. 보험업법 106조의 자회사 주식·채권 투자한도 규제와 같은법 15조 등의 사모사채 발행 규제 등이 우선적인 제도 개선 검토 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의 자회사 투자한도는 지난 2003년 보험업법 전면 개정 당시 계약자 보호 취지로 도입됐다.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을 자기자본의 60%와 총자산의 3% 중 작은 금액 기준으로 소유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13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보험사 자기자본은 40% 이상 불었지만 총자산은 16% 전후 증가에 그쳤다는 점이다. 수입보험료 증가 정체로 총자산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기자본이 아닌 총자산 기준의 한도 규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 인수 시에는 한도 규제를 예외하거나 '총자산의 3%' 기준을 상향할 것을 금융당국의 건의 중이다. 실제 100% 자회사나 해외 보험 자회사 투자시에는 투자한도에서 빼주고 있다. 해외는 예외를 인정하고 국내는 적용해 '역차별' 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사들은 '실탄'(자본)이 충분한데도 지분 투자나 M&A, 합작법인 설립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든 보험사들이 투자한도 문제로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고배를 마셨다. 수 년째 매물로 나온 예별손해보험, KDB생명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은 보험사가 아닌 다른 금융회사가 인수하거나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다.
보험사의 사모사채 발행 규제 개선도 논의 중이다. 보험사는 자본확충과 기존 채권 만기 차환 등 2가지 목적 외에는 채권 발행을 하지 못한다. 발행한도도 자기자본 이내다. 반면 은행, 금융지주사, 카드사 등은 자기자본의 2~20배 내에서 용도에 구애되지 않고 채권을 발행한다.
보험사들은 또 정부, 공공기관 보증의 정책 프로그램에 투자하거나 벤처 인프라 등 모험자본, 장기보유 주식 등에 투자를 할 경우 자본규제를 완화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운용자산이 1000조원을 돌파했지만 운용수익률은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규제에 막혀 국고채 수준의 3%대 초중반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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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 규제가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될 필요도 있다. 보험업법상의 자회사 투자한도 뿐 아니라 금융산업(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대표적인 사후규제인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는 보험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금산법이 제한한 한도지분(10%)를 초과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등 강화된 자본규제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예 투자조차 못하도록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 사례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며 "사전규제 중심의 틀을 사후규제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 대형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나왔지만 보험사에게는 '그림의 떡' 이었다. 13년 전에 만들어진 보험사의 자회사 투자한도 규제 때문이다.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할 때는 한도 규제 예외를 허용하고 있으나 정작 수 년간 주인을 찾지 못한 국내보험사 인수전에 보험사가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해 '역차별' 논란도 불거진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자산의 3%와 자기자본의 60% 중에서 작은 금액 기준으로 자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취득하도록 한 보험업법의 한도 규제는 보험사의 M&A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국내 부동산 전문 대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사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힐하우스캐피탈은 1조1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썼다. 반면 당시 자회사 투자한도가 8000억원 수준에 그쳤던 한화생명은 공격적인 '베팅'을 할 수 없었다. 자산운용 한도가 4000억원인 흥국생명은 프로젝트펀드(PEF)와 인수금융(대출) 등 복잡한 방식을 통해 인수전에 겨우 뛰어들었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에는 실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총자산 기준의 엄격한 투자한도 규제 때문에 단독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인수전에 나설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써내기가 어렵다 보니 괜찮은 매물이 결국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 KDB생명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쏟아지는 '큰 장'이 섰지만 정작 보험사는 외면 당했다. 예별손보는 OK금융그룹이, KDB생명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들 보험사 인수전에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화재 등이 참여 했으나 한도 규제 부담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써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교보생명은 자회사 투자한도가 4000억원 수준에 그쳐 1조원이 넘는 대형 매물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크고 작은 매물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SBI저축은행 인수 후 9000억원 규모의 투자한도를 소진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분 90%를 보유했던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지난해 연말 완전자회사(100%)로 편입하면서 투자한도가 1조32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완전자회사는 한도규제 예외 대상이어서다. 다만 최근 애큐온캐피탈을 1조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업계에선 투자한도 규제가 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은 투자한도가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이들 보험사는 국내가 아닌 미국이나 영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보험사 지분투자를 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금융당국은 자회사 투자한도 산정시 해외 금융회사 투자는 예외 적용한다. 보험사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지만 정작 국내 투자는 막는 '역차별 규제' 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산운용 한도 규제는 사실상 국내가 유일하다. 미국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는 한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일본도 금융업 영위인 경우 별도 승인 해 준다. 건전성 규제가 깐깐한 영국과 독일은 아예 이같은 사전 규제를 폐지했다. 사후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을 평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보험사는 사모사채 발행 목적과 한도가 제한돼 있어 인수자금 마련에서도 역차별을 당한다.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제고를 위한 자본확충(건전성)이나 자산·부채 만기불일치 해소(유동성) 등 2가지 목적일 때만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 사모사채 발행이 가능하다. 반면 은행, 금융지주, 카드사 등은 자기자본의 2배~10배까지 용도제한없이 사채 발행을 통해 인수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