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가 적립한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금융시장 충격에 선제 대응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금융당국이 하반기 다시 추진한다. 정상 금융회사에 부실이 나기 전에 지원할 수 있도록 예금보험기금 안에 상설 계정을 두겠다는 취지다.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법안을 발의한 만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가 재개되면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하반기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변해 다수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경색되거나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안정계정을 활용해 대출·채무보증·출자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금융안정계정 도입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후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우려가 잇따르면서 금융회사가 부실화하기 전 대응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를 마련한 반면, 국내 금융안정 제도는 부실 발생 이후 예보기금 투입이나 공적자금 조성 등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과거 금융안정기금의 한계를 보완해 예금보험기금 내에 지원체계를 상설화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금융안정기금을 설치했지만 지배주주 1:1 매칭 증자 등 엄격한 지원 요건 때문에 실제 지원 실적은 0원으로 2014년 말 종료됐다.

정부는 2022년 금융안정계정 신설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의원입법도 함께 발의됐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처리를 마치지 못하면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모두 금융위의 요청과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상환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구조다.
국회 검토 과정에서 금융안정계정 발동 때 관계기관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금융위와 예보는 실제 제도 운영 과정에서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정을 활용하지 않고 금융권이 적립한 예보기금을 활용해서 금융권 스스로 일시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개정안은 올해 세 차례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에 포함됐지만 아직 실질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국이 하반기 입법과제로 다시 추진하는 만큼 새로 구성된 정무위에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