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피해가 빈발한 가운데 은행권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제공하는 피해보상 보험 서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피해보상보험 지급 사례는 단 21건에 불과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은행권(1금융권)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는 총 13만2923명, 피해 금액은 1조2092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금액 상위 5개 은행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3만1908명(3179억원) △우리은행 1만7382명(1813억원) △농협은행 1만9036명(1632억원) △신한은행 1만7098명(1395억원) △카카오뱅크 1만870명(82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1120억원, 2022년 915억원, 2023년 1411억원, 2024년 2776억원, 2025년 5870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새 피해액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피해자 수는 2021년 2만2637명에서 지난해 4만5122명으로 약 2배 늘었다.
은행권은 다양한 보이스피싱 예방 및 지원활동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보이스피싱 피해보상 보험 서비스다.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은행이 보험료를 부담하고 고객의 무료 가입을 지원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통상 피해 금액의 70%,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피해를 보상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앞다퉈 홍보하는 것과 달리 보이스피싱 피해보상 보험 서비스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보상 보험서비스를 운영하는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전북은행 등 7곳이다.

이들 은행에서 최근 5년간 보험이 청구된 건수는 45건, 이 중 실제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는 21건에 그쳤다. 5년간 피해자는 13만2923명에 이르는데 0.034%만이 보험금을 청구했단 의미로, 그만큼 가입률이 저조하단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의 보험금 청구 건이 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18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전체 청구 금액은 4억2800만원이며 이 중 실제 지급액은 1억900만원으로 청구 금액 대비 보험금 지급률은 25.5%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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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보이스피싱 피해보상 보험 서비스가 유명무실한 이유는 대고객 홍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은행권이 특정 상품 가입이나 교육 이수, 연령 제한 등 조건을 내걸면서 피보험자 수 자체가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보상 보험 가입 서비스는 커피 쿠폰 등과 함께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중 하나로 제공되는 형태가 많다"며 "기초연금 수급자 등 금융취약층에겐 자동으로 가입시키기도 하는데,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가 고학력·고소득층 위주로 발생하고 있어 가입률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토스뱅크의 안심보상제가 눈길을 끈다. 토스뱅크는 별도 가입 없이 전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나 중고사기를 당한 경우 각각 5000만원, 50만원 한도로 보상하는 안심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사기 피해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없음에도 내부 심사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토스뱅크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상청구 463건 중 137건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도입된 은행권 자율배상제도에서 신청 대비 실제 배상률이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더욱 실효성 있는 소비자보호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보험 서비스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가입 대상을 확대한단 방침이다.
박민규 의원은 "더 많은 국민이 보이스피싱 피해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들이 피해보상 보험서비스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무늬만 피해보상' 제도에 그치지 않게 보장 대상과 가입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