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세제]<2>③

상속세 체계가 3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과세 대상이 중산층까지 확대됐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소수의 부유층을 겨냥했던 상속세가 점차 본래의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상속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율과 공제액을 현실화하는 한편,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해 실제 차익이 발생했을 때 그 이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치가 대폭 올랐음에도 상속세 과세표준 등은 그대로"라며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자산 가치 상승률에 맞춰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배우자는 같은 세대인 만큼 공제에 한도를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데 이를 25% 정도로 낮춰야 한다"며 "그럼 부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돌리지 않아 국부 유출이 줄어 오히려 장기적으로 세수가 극대화된다"고 분석했다.
상속세는 물려받은 재산이 공제액 이상이면 납부한다.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저한도 5억원을 합쳐 통상 10억원을 과세 기준점으로 본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공제와 세율 등을 모두 손봐야 할 시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공제·세율 등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론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해 실제 이익이 발생했을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5%인데 한국은 50%로 글로벌 기준에 비해 과하게 높다"며 "이를 자본이득세로 바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게 저소득층과 서민 등 국민후생에도 좋다"고 말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줄면 기업이 투자를 늘릴 여력이 생기고 이는 고용 창출 등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단 설명이다.
유 교수는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출발했지만 오히려 국부 유출로 연결돼 세원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부자들의 국부 유출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상속세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산업 구조의 왜곡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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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상속세 개편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7억원으로, 배우자 공제 최저 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총 공제액은 17억원으로 현행보다 7억원 늘어난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상증세법 개정안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증여세를 비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행 50%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고 5단계인 과세표준도 3단계로 줄이는 등 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처럼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상속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엔 여야 모두 공감한다. 다만 실제 상속세제 손질로 나아가기까지 정치적 부담이 적잖아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야가 손을 못 대는 이유는 상속세가 가진 부의 재분배라는 상징성 때문"이라며 "여유있는 사람들에 대한 세 부담이 줄면 그만큼 정치적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개편을 미루면, 세제 그대로인데 물가상승으로 부동산 등 주된 상속재산의 가치만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세 대상이 더 넓어지고 국민들이 과도한 세 부담에 직면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