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바라본 멘토의 스타트업 이야기

흔히 우리는 인간의 배고픔을 세 가지 영역으로 표현한다. 육체적인 배고픔, 정서적인 배고픔, 그리고 영적인 배고픔이 그것이다.
나는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스타트업을 멘토링하면서 스타트업도 인간의 집단이기에 똑같은 배고픔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첫째, 스타트업은 육체적으로 배고프다. 가장 1차적인 것은 자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늘 돈에 배가 고프다. 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고, 운영자금이 필요하며, 동료들을 독려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종종 구성원이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문제로 고민하는 대표가 멘토링을 요청해올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오랫동안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이렇듯 그들에게는 자금의 부족, 즉 육체적인 배고픔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엑셀러레이팅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음을 실감한다.
조금 더 확장하자면 아이템 선정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 하는 기술적, 경영적인 이슈도 육체적인 배고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육체적인 배고픔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누가 책임지고 도와주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은 더욱더 배고프다.
둘째로, 스타트업은 정서적으로 배고프다. 그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사기를 당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한다. 자금의 압박이 있어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기시키며 이겨내야 하고, 대표 자신이 월급을 못 가져 가더라도 직원들의 월급은 챙겨주어야 한다.
그들은 벤처투자자(VC)들에게 형편없다고 린치를 당해도 참아야 하고, 멤버들에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뒷담화를 견뎌내야 하고, 혹은 직접적인 도전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실 이것들은 철인이어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하소연 할 데가 없다. 그들이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면 나약해 보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애써 감추고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오히려 강해 보이려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정서적으로 더더욱 배가 고프다. (그런데 우리는 정서적인 배고픔을 보다 잘 견디어 내는 사람을 일컬어 기업가정신이 충만하다고 추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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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일과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그날도 수많은 스타트업을 멘토링하면서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그 때 한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오늘 저녁에 꼭 시간을 내어달라는 것이다. 긴히 멘토링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간절한 목소리였기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시간에 함께 만나 그의 이야기를 꼬박 4시간이나 들어주었다. 저녁도 못 먹은 채 말이다. 밤 10시 반이 넘도록 그렇게 자신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고도 그 친구는 멈출 줄 몰랐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일어서야만 했다. 그 친구는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정서적인 배고픔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신의 고충을 들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경청하면서도 그들이 나약해 질 때에는 진심어린 충고와 채찍질을 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멘토링은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스타트업은 영적으로 배가 고프다. 마켓 3.0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스타트업에게도 영적인 배고픔이 있다는 이야기는 놀랍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정신적인 영역의 가장 높은 레벨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굳이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자아실현의 단계나 절정체험의 단계라고나 할까.
실제로 스타트업은 영적으로 배고프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배고픔이 진정 영적인 배고픔임을 알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은 자금이나 기술개발, 아이템선정,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육체적인 영역에서만 배고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필연적으로 육체적으로 배고플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그것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은 정서적인 배고픔을 채워줌으로써 공급해주어야 한다.
또 다른 이들은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정서적인 고립감이나, 아무도 가보지 않고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매우 위험한 길을 홀로 가야 한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적인 배고픔은 정서적인 공감만으로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한다. 그들이 목말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의 정서적인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영적인 단계로 도약하는 돌파만이 해결책이다. 그것은 가치에 대한 배고픔이다.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며,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이 사회와 이 인류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그 가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에 지속적으로 찾아올 정신적인 문제를 감당할 길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타트업을 멘토링하는 바로 그 현장에서부터 그들에게 가치를 심어주어야 하고, 그들의 영적인 배고픔을 채워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현장에서 스타트업에게 직접 멘토링을 해주기 시작한지도 벌써 만 5년. 지난 5년간 현장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의 멘토링은 그들의 육체적인 배고픔을 당연히 채워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정서적인 배고픔을 채워주는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며, 더 나아가 그들의 영적인 배고픔을 채워주는 가치지향적인 멘토링이 되어야 함을 알았다.
그런데 "과연 나는 멘토로서 그들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엔 여전히 확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