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매출 장비업체의 탄생을 기다리며

[기자수첩]조매출 장비업체의 탄생을 기다리며

강경래 기자
2014.02.06 11:46

"디스플레이분야의 핵심장비를 우리 기술로 상용화한 첫 사례다."

지난해말 박희재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던진 말이다. 에스엔유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비오이(BOE)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장비인 유기증착장비(이베포레이션)를 상용화해 납품한 직후였다.

유기증착장비는 OLED기판(글라스)에 발광물질을 정교하게 입히는 장비로 그동안 토키와 알박 등 일본 업체 2곳이 전 세계시장을 과점해왔다.

연초에도 핵심장비 국산화의 쾌거가 이어졌다.케이씨텍(38,950원 ▼950 -2.38%)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에바라 등 해외 업체 2곳이 과점했던 반도체 원판(웨이퍼) 연마장비(CMP장비)를 최초로 국산화했다.

이 장비는 사실 국내 한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오랜 기간 개발을 진행하다가 결국 실패한 아픔을 갖고 있다. 케이씨텍은 5년 전 이 업체로부터 관련 사업부를 인수, 이번에 국내 반도체 업체에 해당 장비를 납품하는 첫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에서 장비 국산화는 오랜 숙원이다. 삼성전자가 1993년 처음으로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했던 주요 반도체장비를 우리 기술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반도체장비 국산화 비율은 30% 정도까지 올라왔다.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는 이보다 높은 70∼80% 수준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장비 국산화가 미진해 어려움을 겪었던 대기업들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장비 국산화를 위해 협력사들을 키운 덕분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노광장비(리소그래피), 연마장비와 OLED 유기증착장비 등 진입장벽이 높은 일부 장비분야는 여전히 난공불락이었다. 에스엔유와 케이씨텍이 그 공고한 벽을 뚫은 것이다.

인텔이 있었기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또 도시바를 등에 업고 도쿄일렉트론이라는 공룡 장비업체가 탄생했다. 삼성전자가 20년 이상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아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핵심장비 국산화의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도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장비회사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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