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한 내용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두 번, 세 번 발의되는 환경관련법을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최근 만난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환경정책으로 회사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관련법안들이 갑작스럽고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다보니 대응책 마련은커녕 세부내용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자원순환'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된 법안만 네 건이다. 정부안으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의원입법으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안', '자원순환사회촉진기본법안', '자원순환촉진기본법안' 등 3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사실 이들 법안은 산업 폐기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세부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다보니 하나의 사안을 놓고 관련법안들이 정반대의 규제내용을 담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3명의 의원이 한꺼번에 관련법안을 내놓다보니, 입법공청회에서 상충하는 부분들을 조율하기 위해 집중 토론을 벌여야했다. 이쯤되면 무엇을 위한 환경정책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책은 태생적으로 행정상 규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때는 '적절성'과 '균형감'을 지켜야한다. 규제대상인 기업들도 숨 쉴 틈이 있어야 자발적이고 순조로운 정책 협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 관련 정책들이 홍수를 이루는 지금과 같은 현상은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나 이행하는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회는 공정하지 않을 뿐 더러 효율성도 떨어진다.
특히 그 희생을 감내해야하는 쪽이 국가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친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더기로 쏟아져나오는 환경정책, 과연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