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1위 애니메이션 제작업체가 법정관리, 왜?

[단독]국내 1위 애니메이션 제작업체가 법정관리, 왜?

김성호 기자
2014.04.07 15:20

동우애니메이션 유동성 문제로 법정관리 들어가.."열악한 애니메이션업계 단면"

국내 1위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동우에이앤이(옛 동우애니메이션)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0년 이후 해 마다 매출 100억원대, 영업이익률 20%대를 기록했던 동우는 차입에 따른 이자부담과 제작에 나선 애니메이션이 중간에 좌초되면서 대규모 상각과 함께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동우의 법정관리는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 정부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일류 기술을 가지고도 꽃을 펴보기는 커녕 도중 사업을 접거나, 해외 애니메이션업체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작애니메이션 선도..해외진출 물꼬 터=1991년 동우동화로 최초 설립된 동우에이앤이는 2001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유니미니펫'을 시작으로, 다수의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동우애니메이션은 2003년 최초로 중국 CCTV에 유니미니펫을 수출하는 등 국내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에 물꼬를 텄다.

동우가 창작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크게 한몫했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 지원을 위해 프라이머리 CBO(회사채 담보부증권)를 도입했다. 당시, 동우도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2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동우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창작 애니메이션/사진=동우애니메이션 홈페이지
↑동우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창작 애니메이션/사진=동우애니메이션 홈페이지

동우는 이후 3년간 '포트리스', '바스토프 레몬', 국내 최초 3D 장편애니메이션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 등 다양한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 및 수출하며 승승장구 했다.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매거진이 선정한 글로벌 10대 애니메이션기업에 선정되는가 하면 김영두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업계를 이끄는 명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꼬인다 꼬여"..결국 법정관리=잘 나가던 동우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이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받은 120억원의 자금이 사채로 전환되면서 해마다 8~9억원의 이자가 발생한 것. 동우애니메이션은 10년넘게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김영두 동우에이앤이 대표는 "한때 차입금이 70억원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엔화로 받은 대출이 영향을 받으며 제자리가 돌아 왔다"며 "연 매출 100억원대의 회사가 해마다 8~9억원의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업에서도 엇박자가 났다. 야심차게 준비한 마테오 극장판은 투자자에게만 수익이 돌아갔을 뿐 직접 마케팅에 나선 동우는 10억원의 비용만 발생했다. '아기공룡 둘리' 극장판 및 라이센싱사업 역시 배급을 맡은 회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3년을 끌어온 끝에 수 십 억원을 상각했다. 여기에, 글로벌 제작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 프로젝트를 진행한 송도애니파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주 제작만으로는 사업을 키울 수가 없어 공동제작을 통해서라도 순수 창작물을 제작해야 한다"며 "창작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 사옥매각 등 다양한 자금조달을 준비했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동우는 지난해 매출이 95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40억원에 달해 유동성 문제로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저력 믿는다"..올해 120억 매출 가능=비록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동우는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외주 제작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시즌방영을 앞두고 있어 올해도 120억원 가량의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이자부담에서도 자유로워져 기업회생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마블 등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여전히 동우에 외주 제작을 맡기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동우애니메이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외주 제작 및 공동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동우애니메이션은 올해 45편가량의 외주 제작을 진행할 예정이며, 약 8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과 공동제작한 '프리즈스톤' 새 시즌이 올 10월 방영을 앞두고 있어 각종 라이센싱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로서 법정관리는 죽고 싶을 만큼 뼈아프다"며 "그동안 동우애니메이션이 시장에 보여준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룬 만큼 하루 빨리 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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