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협동조합서 지속가능성 해법 찾을 것"

"中企협동조합서 지속가능성 해법 찾을 것"

전병윤 기자
2015.12.21 03:30

[머투초대석]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장은 34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며 산하 20개 단체 및 900개의 조합을 이끈다. 중소기업계의 대통령인 '중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초심을 잃기도 쉬운 자리지만 지난 2월 취임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역대 어느 회장보다 권위를 내려놓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뒤 레미콘·아스콘업체 '산하'를 세우며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힘들지만 옳은 길인 정도경영을 추구했다. 중기중앙회장 취임 이후 행보도 그가 살아온 길의 연장선에 있다.

취임 후 곧바로 매달 1000만원 가량 나오는 대외활동수당과 중기중앙회 명의로 된 법인카드를 모두 반납한 것은 박 회장의 스타일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사심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아스콘연합회장을 맡을 당시에도 그랬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취임 10개월 동안 중기중앙회의 단기적 과제와 함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우선 중기중앙회의 존재 근거이기도 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성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 공동 물류회사 설립을 포함해 조합별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북한과 경협 확대를 지랫대 삼아 유라시아 시장을 내수시장화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도 중기중앙회장으로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중소기업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올곧은 말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당위성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대외활동수당을 반납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였는데요. 취임 첫 해 소회는.

▶대외활동수당을 반납한 건 오래전부터 실천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의 보조기관이지만 경제주체입니다. 정체성과 독립적인 일처리를 위해서는 회장이 먼저 당당해야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원조합은 자체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지만 국고 보조금을 받는 중앙회장의 수장이란 자리는 수당을 받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중기중앙회장은 본인이 사업자이므로 그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사심없이 중앙회를 끌고 갈 수 있고요. 제가 아스콘연합회장을 맡을 때도 마찬가지로 했습니다. '심청사달'(心淸事達)이라는 말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없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임기 동안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 마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중소기업중앙회 정체성 확보 등 크게 3가지 현안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협동조합 활성화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협동조합은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우선 지식기반경제에 따른 산업의 패러다임이 개별기업간 경쟁에서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형성과 효율성, 가치사슬의 연계성이 중요해지고요. 그래서 조합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신자유주의의 경쟁지상주의가 가져온 소득양극화와 일자리 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 협동조합이 경쟁과 협력 속에 시장경제의 형평성을 강화하고 사회공헌 등 사회경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역할을 통해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확한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협동조합의 새로운 역할 제시와 업종별 맞춤형 사업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이를테면 공동 브랜드나 가칭 중소기업 통합 이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공동 물류회사 설립 등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그동안 이룬 의미 있는 성과가 있다면.

▶메르스 사태와 내수침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살리기 추진단을 출범하고 캠페인을 전개한 덕분에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을 이끌어 냈습니다. 단체인증제도 우선구매제도 도입, 국가계약법 소액입찰 최저가낙찰제 폐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확대 등 약 3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공공구매 시장을 확대했습니다.

중소기업취업자 소득세 감면율을 50%에서 70%로 확대하고 개별소비세 과세기준 상향 조정, 수출 중소기업의 수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제도 신설 등 세제개선도 이뤄졌습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대법원의 적법 판결과 중소기업 '청년 1+ 채용운동'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것도 중요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청년은 중소기업에 거부감을 갖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합니다.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대·중소기업간 임금과 복지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 인력 유지 등의 비용을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화된 주요 원인입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죠. 올해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제니퍼소프트처럼 대기업을 뛰어넘는 근로환경으로 이른바 '신이 숨겨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있지만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고 하면 무슨 낙오자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중소기업을 기피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대·중소기업간 임금과 복지 격차를 해소하려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노동 유연성 확보, 인식 개선이 맞물려 진행돼야 합니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강화와 공정거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역시 근로환경을 개선하면서 인재를 키우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계에 남북경협이 갖는 중요성과 추진 계획은.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영토를 넓히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남북경협은 실질적으로 섬나라로 고립된 한국을 북한과 유라시아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겁니다. 인구 약 17억명에 달하는 중국·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확대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납니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해 대륙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지도로 연결하는 방안입니다.

북한의 산업화 초기는 농업혁명과 경공업이 필요해 우리 중소기업이 할 일이 많습니다. 8·25 합의조항 중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한 남북 당국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 1단계 개발 계획의 절반도 진행하지 못한 채 10년 가까이 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1단계를 완성하고 2단계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남북 중소기업인 간 교류를 통한 기술 전수와 공동 연구단지 조성, 산·학을 연계하는 활성화 방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또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 북·중·러 접경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경제적 통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내 장마당은 400여개로 지난 5년간 2배 이상 늘어나며 최근 시장경제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11월 중순 나선 경제특구에 대한 공개 세일즈에 나서는 등 개방을 통한 대외투자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적기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앞으로 중점 추진할 분야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금융·세제 등 보이지 않는 규제를 개선하는데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없어진 뒤 대기업은 순대와 단무지, 외식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진출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보완장치로 의미가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체중에 맞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 한 단계 위로 성장하는 구조가 정착되기 전까지 적합업종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합업종을 지정할 때 민간자율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권한을 부여하고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제재 수단의 근거를 법률에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한 평가와 보완점은.

▶중소기업계는 한·중 FTA 발효가 수출부진과 내수시장 침체를 극복할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쪽 취약품목인 농수산물·섬유·베어링·판유리·합판 등 영세 제조업체의 생산 품목을 개방에서 제외했고 FTA 최초로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해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개방유예를 요청한 영세제조업과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보완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귀금속 업종의 경우 한국측 관세 8%는 즉시 철폐되는 반면 중국측 수입관세 20~30%는 단계적으로 철폐해 중국산의 수입 급증이 우려되고 중국의 수출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영세 제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한·중 FTA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산업영향을 모니터링하며 피해 업종별로 맞춤형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불공정한 유통구조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대형유통업체의 소위 '갑질'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재고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수수료는 30% 이상을 받아갑니다. 대형마트는 생필품을 판매하는 입장임에도 40% 이상의 고마진과 최저가판매를 구실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고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가 끊이질 않는 건 대기업들이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유통망을 독과점하고 있어서입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과징금 징수와 상시적 모니터링, 홈앤쇼핑 같은 강력한 중소기업유통사를 육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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