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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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환자와 대화하면서 별도로 진료기록을 입력해야 했던 부담을 AI(인공지능)가 덜어주고 있다. 'AI 진료기록비서'(Ambient AI Scribe)가 등장하면서다. 이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AI가 실시간으로 듣고 증상, 진단, 처방 등 핵심정보를 스스로 선별한 뒤 의료기록 형식에 맞게 구조화해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GVR)에 따르면 미국 AI 진료기록비서 시장규모는 2033년 29억5572만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의료진의 과도한 문서작성 부담과 인력부족, 번아웃 등이 시장성장을 이끄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진료 후 차트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의료진의 퇴근시간을 실질적으로 앞당기는 등 효용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 확산의 핵심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같은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JMIR메디컬인포매틱스'(JMIR Medical Informatics)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퍼시픽헬스(HPH)가 AI 진료기록비서 '에이브리지'(Abridge)를 도입한 결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의료진의 하루 평균 진료기록 작성시간은 21% 감소했다. 근무시간 외 EMR(전자의무기록) 업무를 뜻하는 이른바 '파자마타임'(pajama time)도 13% 줄었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1위 에이브리지는 미국 대형 의료기관인 메이요클리닉, 카이저퍼머넌트 등 300개 넘는 의료시스템에 도입돼 연간 1억건 이상의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처리한다. 지난해 시리즈E 투자에서 53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나블라'(Nabla)도 미국 아이오와대, 덴버헬스, CVS헬스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시장을 넓힌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130개 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 8만5000명이 나블라를 사용한다.
빅테크(대형 IT기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2년 의료 음성인식기업 뉘앙스(Nuance)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의료진용 AI 어시스턴트 '드래곤 코파일럿'(Dragon Copilot)을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시장공략에 속도를 낸다. 대표적인 곳이 퍼즐에이아이와 스튜디오키코다. 2018년 설립된 퍼즐에이아이는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75% 이상이 자사 의료 음성인식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170여개 의료현장에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 이같은 확산의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2023년 설립된 스튜디오키코는 지난 5월 출시한 '니어닥'을 앞세워 의원과 중소형 병원공략에 나섰다. 별도 광고·마케팅 없이 출시한 지 두 달여 만에 400개 넘는 병의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인접한 STT(음성·텍스트 변환) 기반 의료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셀바스AI(10,900원 ▲220 +2.06%)와 도우(케어보이스 운영사) 등이 기술을 고도화하며 EMR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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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 영어와 자국어가 혼재된 아시아 의료환경에 특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 다만 범용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아시아 특유의 의료환경이 장기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튜디오키코에 투자한 이성문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팀장은 "언어 차이가 당분간 국내 기업들의 해자로 작용하겠지만 그 기간이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빠르게 고객(대형병원)과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국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