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이전 공공기관, 부동산 무조건 팔아라?

[기자수첩]지방이전 공공기관, 부동산 무조건 팔아라?

전병윤 기자
2016.01.27 06:00

"건물을 팔고 다시 사는 격이죠." 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지난해 말 서울디지털단지에 있는 '키콕스벤처센터'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런데 이 건물을 다시 사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란 것이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 왜 벌어지는 것일까.

원래 이 빌딩은 산단공이 대구로 이전하기 전까지 본사로 쓰던 곳이다. 이처럼 지방으로 내려간 공공기관은 기존 본사를 매각해야 한다. 신사옥을 짓는 데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고, 지방 균형 발전이란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수도권 등에 있던 부동산을 팔아 미련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총 120개 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 중 지난해 말 현재 95개가 팔렸다.

산단공도 이에 따라 키콕스벤처센터를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결정은 자충수에 가깝다. 산단공의 주요 업무는 입주기업의 지원이다. 이 때문에 반월·시화나 성서 등 주요 산단에 산·학·연이 입주한 비즈니스센터를 만들고 있다. 키콕스벤처센터도 서울디지털단지 내 비즈니스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빌딩을 매각하면 결국 다시 사거나 주변에 새로운 빌딩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사옥을 매각해야 하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산단공과 유사한 상황이다. 해당 빌딩에는 농어업 지원기관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면 대체할 건물을 찾아야 한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종전 부동산 매각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원칙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당초부터 종전 부동산 매각에 예외로 포함된 공공기관은 28개다. 대표적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서울 강남 사옥이다.

국토부는 이 건물을 캠코의 서울지역본부 사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매각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해줬다고 한다. 이런 논리라면 전체 120개 종전 부동산 중 적게 잡아도 절반 가량이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올 만하다. 이미 사옥을 매각한 공공기관 중 서울지역본부 조직을 갖춘 곳이 적지 않아서다.

일부 공공기관들이 획일적인 매각에 따른 비효율성과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국토부는 강경한 원칙을 고수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힘 있으면 남고, 힘 없으면 내려가는 원칙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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