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RO가이드라인은 '마지노선'?

[기자수첩]MRO가이드라인은 '마지노선'?

김하늬 기자
2016.02.26 06:00

지난 23일 열린 동반성장위원회는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상생협약에 실패했다. LG서브원과 아이마켓코리아가 상생협약 체결을 거부해서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프랑스의 '마지노선'이 떠오른다"고 했다.

1927년 독일 침공이 두려웠던 프랑스는 국경지대 350㎞에 촘촘한 요새와 벙커를 만들어 거대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1940년 프랑스 국경은 허무하게 뚫렸다. 독일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프랑스-벨기에 국경선을 침공 루트로 선택한 까닭이다. 이 실패한 프랑스 방어선은 처음 아이디어를 낸 앙드레 마지노 전 프랑스 국방장관의 이름을 따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동반위가 중소 MRO 업체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구축했던 'MRO 가이드라인'도 마지노선의 운명에 처했다는 게 관계자의 비유다. 동반위는 2011년 중소 MRO 업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만들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며 중소 납품업체와 거래를 끊거나 단가 인하를 압박하는 등 갈등을 막고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와 편법 상속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다.

동반위 MRO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기업(내부거래 비중 30% 이상) MRO 업체는 상호출자제한기업과 계열사, 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만 영업이 가능하다.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은 중소 MRO 업체의 영역으로 보호한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확실히 보호해줄 '마지노선' 같았던 MRO 가이드라인은 변수를 만나 역시 허무하게 뚫렸다.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아이마켓코리아(IMK)가 2011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직전 중견기업인 인터파크에 인수되며 적용 대상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결국 지난 3년간 IMK는 어떠한 제제나 권고 없이 사세를 확장했다.

마지노선이 뚫린 동반위가 MRO 가이드라인을 상생협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LG 서브원이 반발하며 불참을 통보했다. IMK 역시 "우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아니지 않냐"며 MRO 상생협약 협상 테이블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동반위와 MRO업계로선 실패한 마지노선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곤궁한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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