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험대 오른 민간기업 출신 중기청장

[기자수첩]시험대 오른 민간기업 출신 중기청장

전병윤 기자
2016.04.22 06:00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민간주도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 운영사인 더벤처스가 창업 벤처기업의 지분을 무상 편취한 혐의로 최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다.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주체를 민간 전문기관에 맡기되 정부는 운영 과정에서 손을 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게 팁스의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팁스 운영사가 정부의 후속 지원금을 구실로 창업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그들 몫의 지분을 과도히 챙기고 싶은 유혹이 없을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런 욕망을 마땅히 제어할 수단이 변변치 않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중기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리감독 강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가 팁스에 어느 정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정책 집행의 중심을 '관'에서 '민'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주 청장의 정책 드라이브에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팁스 사태 이후 민간시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일부 투자기관은 벌써부터 "정부 사업에 참여하면 잠재적 범죄자로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거나 "관리감독 강화로 수시로 모니터링 받아야 할 바에 앞으로 팁스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차원일까. 주 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며 일부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민간 중심의 정책 방향을 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팁스를 포함한 창업사업화 프로그램 평가위원회의 민간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투자기관이 참여할 경우 이해상충이 우려됨에도 팁스 사태 이후에도 민간의 권한 확대란 강수를 둔 것이다.

민간기업 출신인 주 청장은 지난달 R&D(연구개발) 평가위원 중 현장에 정통한 산업계 비율을 종전 28%에서 80%로 대폭 확대하면서 "그동안 절차적 타당성을 따지느라 비전문가가 평가위원에 다수 포함되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공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적정 수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이번 더벤처스 사태가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