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보기도 싫어" 투자자들이 '믿고 거르는' 스타트업 1순위는?

"쳐다보기도 싫어" 투자자들이 '믿고 거르는' 스타트업 1순위는?

최우영 기자
2026.04.21 17:00

AI가 써준 IR자료, 투자 문 막는 '자충수'

/사진=클로드 생성 이미지
/사진=클로드 생성 이미지

최근 벤처투자 금액이 늘어나는 데 반해 초기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벤처투자 상당수가 AI·딥테크 등의 분야에 쏠리면서 '투자 양극화'가 심화한 탓이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창업팀들의 경쟁도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AC(액셀러레이터)나 VC(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의 고개를 젓게 만드는 스타트업 소개 자료가 늘고 있다. 바로 'AI가 만든 티'가 역력한 IR 자료들이다.

2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심사역들은 AI 툴로 작성한 IR 자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걸러낸다. PPT 슬라이드의 표현 방식부터 문장 구조, 섹션 구성이 챗GPT나 클로드 계열 특유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첫 페이지만 봐도 직접 쓴 건지 AI에 맡긴 자료인지 감이 온다고 심사역들은 입을 모았다.

한 중견 VC 심사역은 "AI 티가 나는 순간 회사 이름과 업종만 확인한 뒤 나머지 내용은 읽지도 않고 덮어버린다"며 "시장이 얼마나 크고 어떤 기술을 갖고 있든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이름을 확인하는 이유는 다음에도 그 팀이 똑같이 자료를 내면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AI로 만든 IR 자료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성의 없어 보여서'가 아니다. 창업자가 자기 사업을 대하는 '태도'를 넘어서 '이해도'와 관련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분석이다.

한 초기투자자는 "IR 자료는 창업자가 자기 사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언어로 시장과 투자자를 설득하는지를 보는 첫번째 관문"이라며 "그걸 AI에 떠넘겼다는 건 투자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한 걸 떠나서, 아직 자기 사업의 핵심 메시지를 스스로 정의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기 사업 얘기를 자기 목소리로 하지도 못하는 창업자와 굳이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 디자이너나 기획자를 두기 어려운 초기 창업팀 입장에서 AI 툴을 활용해 IR 자료를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문제는 AI가 만든 결과물에 창업팀의 '입김'을 더하지 않고 완성본으로 제출하는 경우다. AI가 잡아준 틀 위에 창업자만의 언어와 통찰을 담지 않으면 IR 자료를 내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심사역들은 AI가 만들어주는 매끄러운 형식 뒤에 '창업자의 목소리'를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자료의 형식에 매몰돼 정작 사업의 본질을 묻어버리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IR 자료는 사업 계획서이기 이전에 창업자 개인을 보여주는 자기소개서"라며 "화려한 디자인이나 정교한 시장 분석보다, 창업자가 왜 이 사업을 하고 어디를 지향하는지 날것 그대로의 메시지를 담는 게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소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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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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