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이대로 괜찮나-중기업계]소상공인업계 매출 급감 우려로 개정안 요구 빗발…부패방지 입법 취지에 전면반대도 곤란
최근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홍보실장들이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 모였다. 중소기업 현안을 논의하고 통상적인 업무협조와 친목을 다지는 자리였다. 화두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올랐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김영란법 이후 달라질 풍경을 예상하는 얘기가 오갔다.
컨퍼런스나 간담회 등을 하면 공무원·언론인 여부에 따라 가격대에 맞춰 메뉴를 따로 주문해야 한다는 가벼운 우스갯소리뿐 아니라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기관 모임이란 특성 때문에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이른바 '3-5-10 규정'(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 접대, 5만원을 넘는 선물, 10만원을 초과한 경조사비 금지)에 따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매출 급감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 참석자는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내수침체와 과당경쟁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김영란법 시행 후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벌써부터 한정식 집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고 음식점 주인을 만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지난달 중소·소상공인단체, 농림축수산단체는 "선물을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해 농축수산물유통과 화훼, 음식점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 자명하다"며 시행령 제정안의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고 지난 8일 한국자영업자 총연대는 김영란법 시행 저지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발전대책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가졌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련기관은 자영업자의 현실에 공감하면서 적극적으로 편을 들기도 어려운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영업자 장사가 어렵다는 논리로 김영란법 시행을 막거나 개정을 요구하기엔 명분이 약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서다.
한 중소기업 공공기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실질적 피해가 예상돼 김영란법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소상공인 보호하려고 부정부패를 일정수준 눈감아 줘야 한다는 것이냐는 국민의 반감이 크다"며 "이 때문에 공식적으로 나서기도 어렵고 방관하기도 곤란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생존권을 보호해달라며 목청을 돋우는 사이, 공공기관은 다가올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길을 모색하는데 분주하다. 김영란법 시행 후 시범 케이스에 걸릴 수 있는 만큼 내부 복무규정을 새로 정비해 '타이트'한 관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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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제도개선 등을 위해 업계 의견을 취합하는 회의를 하면서 점심을 함께 하기도 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과거의 회의방식 등을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들이 민간업체와 조찬 및 오찬간담회를 갖거나 강연을 할 때 호텔 식비가 3만~5만원 이상이므로 이런 자리를 없애거나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결제를 따로 하는 식으로 피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