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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등 제3국 법인에 투자하는 것은 법률 및 행정비용 대비 수익(ROI)이 낮다.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계약서를 검토하는 데만 건당 수천달러가 들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해외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AI(인공지능) 모델 경량화 스타트업 클리카(CLIKA)의 김나율 대표는 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트렌드클럽: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뉴노멀' 세미나에서 "미국으로 플립(본사 이전)하면 당연히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트렌드클럽은 미국에 진출한 창업가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VC(벤처캐피탈)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제도적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2021년 설립된 클리카는 더 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겼다. 이후 액센츄어벤처스와 비영리 전략 투자기관 IQT, 딥테크 투자사 마일마크캐피털, 동남아시아 VC 골든게이트벤처스 등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김나율 대표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결정적인 계기는 시장에 있다"며 "한국은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을 이룬 국가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단독으로는 제값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쟁사들이 1000~4000억원 사이의 기업가치로 잇따라 인수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클리카를 인수할 후보 기업들 대부분 미국에 있을 것이며, 그들 눈에 띄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미국 시장 내로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학연과 지연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이며 실질적인 M&A(인수합병)는 투자사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이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인 구조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 투자자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한다"며 "클리카의 경우도 3년 동안 성실하게 마일스톤을 달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끝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플립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플립을 진행하는데 약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의 비용이 발생하며, 실패해 다시 한국 법인으로 되돌리는 역플립 시에는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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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미국 투자자는 미국 법인이 아니면 검토조차 안 하려 하고, 한국 투자자는 미국 법인이 되면 모태펀드의 제한 등으로 인해 투자가 어려워져, 이 같은 타이밍을 조절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전력 솔루션 기업 아모지(AMOGY)의 우성훈 대표는 "기술 혁신과 실증은 미국 인프라를 활용하되, 실제 제품 생산과 공급망 관리는 한국의 제조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드웨어 및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미국의 규제샌드박스와 실증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아모지는 뉴욕 브루클린의 '뉴랩'을 통해 솔루션을 하나씩 실증하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VC 스톰벤처스의 김민주 파트너는 플립과 관련해 "현지 투자자의 '좋다'는 말(False Positive)만 믿고 섣불리 추진하지 말고 투자의 확정적 선결 조건이 됐을 때 실행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면전에서 나쁜 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최고다, 다음에 연락하자는 말이 반드시 투자 의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플립 자체 비용뿐만 아니라 이후 미국에서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따라서 확실한 투자 텀시트(Term Sheet) 논의가 있을 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3명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법인 주소지라는 형식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본사가 어디에 있든 한국인이 창업하고 한국 인력을 고용하며, 한국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이라면 '한국 스타트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나율 대표는 "단순히 한국 법인 여부로 지원 사업에 대한 자격을 제한하기보다는 이 같은 기준으로 정책적 혜택을 줘야 한다"며 "본사를 해외로 옮긴 기업들도 한국경제에 기여하며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훈 대표는 "한국 사람이 나가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운영하는 기업은 그 자체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며 "한국경제와 에코시스템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정책과 규제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주 파트너도 "본사가 미국에 있어도 한국 인력을 고용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한국의 고용과 경제에 지속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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