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수백 부릉 CTO(최고기술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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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달 기술은 음식을 빨리 나르는 단건 최적화 경쟁을 넘어섰다. 라이더에게는 안정적 수익을, 상점과 고객에게는 예측 가능한 품질을 동시에 주는 '상생형 물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의 장수백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과거 배달 대행 시장의 배차는 기사들이 먼저 콜을 잡으려 경쟁하는 '전투 배차'나 현장 관리자의 직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수백 CTO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상무, 쿠팡 CIO(최고정보책임자), 요기요 CTO를 거쳐 지난해 초 부릉에 합류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담기 전에는 미국 서던 코네티컷주립대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BM에서 17년간 근무했다.
그는 AWS(아마존웹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설계·운영 경험은 물론 70건 이상의 글로벌 특허를 보유한 기술 전문가다. 부릉 합류 이후에는 AI(인공지능) 자동배차 시스템 '부릉플러스'를 고도화했다.

장 CTO는 부릉플러스의 기술적 차별점이 '가드레일(안전장치) 내장형 운영 AI'에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의 가드레일이 차량의 이탈을 막는 것처럼 AI가 배차를 결정할 때 넘지 말아야 할 최소 기준선 안에서 최적의 배차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의미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곧바로 아무 라이더에게나 넘기지 않고 '이 라이더에게 주면 어떻게 될까', '저 라이더에게 주면 어떨까'를 여러 경우의 수로 미리 계산해 각 배차가 △배달 시간 △라이더 동선 △향후 주문 흐름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가상으로 돌려본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릉플러스는 주문 위치와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 예상 이동시간, 상점별 조리시간, 지역별 주문 흐름까지 종합 분석한다"며 "실제로 저녁 5시와 7시에 주문이 몰리는 지역이 다르다. 앞으로의 주문 발생 가능성까지 예측해 배차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히 다각도로 계산한 배차 방안 중에서 서비스 품질(SLA, 고객·상점과 약속한 품질 수준)이나 기사 수락률(배정된 콜을 라이더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배차 방안은 아예 채택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장 CTO는 "배달을 빨리 끝낼 수 있지만 특정 라이더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면 그 라이더가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 수락률이 떨어지고, 라이더 편의만 고려하면 배달이 늦어져 SLA가 하락한다"며 "두 지표 중 하나라도 기준 아래로 내려갈 것 같으면 다른 안을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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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장 CTO는 "폭우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 운영자가 개입하는 '휴먼 인 더 루프' 장치를 뒀다"며 "지역 담당자가 할증이나 배차 기준 수치를 직접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릉플러스의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부릉이 올 상반기 부릉플러스를 도입한 17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배차부터 상점 도착까지 평균 이동시간이 기존 12.7분에서 9.2분으로 약 30%(3.5분) 줄었다.
특히 상점 이동시간이 짧을수록 배송 품질이 높아지는 강한 '음의 상관관계(한 값이 커질 때 다른 값은 반대로 작아지는 관계)'가 확인됐다. 장 CTO는 "최적의 라이더를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가 배송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데이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개선 폭은 뚜렷했다. 부천 원미 지역은 SLA가 도입 전보다 10%p 올라 가장 크게 개선됐고, 대구 달서(9.7%p)·서울 중랑(9.4%p)·서울 성북(8.5%p)이 뒤를 이었다.
장 CTO는 "처음 부릉플러스를 도입했을 때는 기존 습관과 달라지니 상점도 기사도 불편해 했지만, 적응 후에는 주문을 줄였던 상점들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물량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의 수익성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투 배차는 손 빠른 라이더가 유리했지만, 우리는 경로에 맞춰 두세 건을 묶는 '묶음 배차'로 수익을 높여준다"며 "묶음 배차를 더욱 고도화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CTO는 부릉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가장 먼저 손봤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스노우플레이크 기반 데이터 레이크하우스로 옮겨 자연어로 물으면 매출·기사 현황을 리포트로 답하는 '부릉 데이터 에이전트'를 슬랙에 연동했다.
궁극적인 비전은 라스트마일(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마지막 배송 구간)의 서비스화다. 그는 "라스(LaaS, Last-mile as a Service) 모델을 확산해 배달·배송 서비스를 필요할 때 즉시 갖다 쓸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는 상점이나 화주사와 배달 계약을 맺는 구조라 영업 담당자와 운영 인력이 개입해 건건이 조율해야 하는 방식이라면, LaaS는 배달이 필요한 사업자가 부릉을 통해 자신의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한지 스스로 확인한 뒤 요금제를 골라 바로 구독하는 방식이다.
장 CTO는 "개발 인력이 있는 곳은 API로 자사 앱에 배달 기능을 연동하고, 없는 곳은 포스(POS) 기기에서 자동으로 부릉 배달을 붙여 쓰는 식"이라며 "클라우드에 AWS가 있다면 라스트마일에는 부릉이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물류 전체의 서비스화(LaaS, Logistics as a Service)'까지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금은 마지막 배송 구간만 다루지만 앞으로는 고객이 물건을 보내고 받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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