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기 펀드로 딥테크 못 키워…기업 시간에 맞춘 '제3의 자본' 필요"

"8년 만기 펀드로 딥테크 못 키워…기업 시간에 맞춘 '제3의 자본' 필요"

류준영 기자
2026.10.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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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I·한국경제학회 '기술사업화 Policy Co-Lab',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금융의 시간에서 혁신의 시간으로' 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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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딥테크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출자자(LP)는 대한민국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맞는 말이라며 박수도 칩니다. 그런데 그 공감이 출자 승인으로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7일 서울 마포구 공덕 프론트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한국경제학회 공동 '기술사업화 폴리시 코-랩'(Policy Co-Lab)에서 직접 기술금융 펀드를 결성하려고 뛰어다닌 경험을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라며 "시장에 더 오래 기다려 달라고 호소할 게 아니라 기다릴 수 있는 돈을 찾아내는 시장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 대표는 ''금융의 시간'에서 '혁신의 시간'으로 전환: Risk와 Time, Mission을 재설계하는 '제3의 자본'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먼저 '기업의 시간'과 '자본의 시간'이 어긋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국가통계로 보면 창업 후 첫 수익까지 약 4.5년, 상장까지 13~14년이 걸리는데 기술기업은 훨씬 길다"며 "연구자 창업 딥테크 기업은 시제품 검증과 인허가, 양산 설비까지 7~8년 이상 걸리는데 국내 펀드 대부분은 만기가 8년이고, 운용사는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펀드 구조로는 기본적으로 기술금융을 할 수 없다"며 "딥테크 기업의 실패는 창업자가 부족해서도, 투자자가 잘못해서도 아닌 시간의 불일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LP가 장기 펀드에 출자하지 못하는 이유도 개인 의지가 아닌 구조에서 찾았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 때 만기 불일치를 겪은 뒤 은행에는 엄격한 자산부채관리 기준이 적용되고, 은행·보험사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며 "각자의 합리적 판단이 모여 장기자본이 사라지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출자 권한, 만기·유동성, 자본부담, 평가주기 등 네 가지 조건을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제3의 자본'이다. 그는 행사장인 프론트원을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 건물도 은행들이 낸 기부금으로 만든 재단의 시설"이라며 "한국에는 출연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다만 "출연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돈이라는 뜻이지 기업에서 회수하지 않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도덕적 해이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주문을 내놨다. 김 대표는 "민간이 효율적이고 똑똑할 거라 생각하지만 민간은 수익 위주이고 빨리 회수하고 싶어 한다"며 "정책 목적을 민간에 던져놓고 매칭을 요구하는 대신 정부가 손실 부담을 확실히 예산으로 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99년 설립한 비영리투자기관 IQT를 들었다. 그는 "IQT 설립 취지문에는 CIA 본부가 있는 랭글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의 거리가 더 멀다는 내용이 있다"며 "벤처투자가 가장 활발한 미국조차 정말 중요한 기술은 민간에만 맡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 NSSIF, 휴면예금을 장기 기술투자에 활용하는 영국 사례, 정부 인증 펀드에 보험사 출자를 유도하는 프랑스 사례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눈먼 돈이나 공짜 돈을 찾자는 게 아니"라며 "제3의 자본은 기업의 시간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는 돈을 찾아내느냐의 문제이고, 이는 경제학이 풀어야 할 시장설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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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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