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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굳이 왜 외국에 나가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만 창업하고 성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개를 들어 코스닥을 보라'고 합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3일 서울 팁스타운 S1에서 열린 '크로스보더 창업의 기준' 세미나에서 "코스닥에 상장한 대표들에게 무엇이 좋아졌느냐고 물으면 상장했다는 것까지만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자본과 시장, 인재만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왜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가야 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반드시 본투글로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법무법인 미션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벤처투자법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권욱진 사제파트너스 이사, 오재학 카이뮨 대표, 이홍구 SBVA 변호사가 크로스보더 창업의 필요성과 전략,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한국 버리는 플립 아닌 '양서류 전략'

김 변호사가 글로벌 진출의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자본시장이다. 스타트업이 더 큰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장기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대규모 모험자본이 필요하고, 그 규모는 결국 전체 자본시장의 크기와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 더욱 글로벌 진출이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신약의 경우 개발에 평균 19년 걸리고 실리콘밸리 신약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약 4.6%에 불과하지만, 코스닥은 상장 후 오히려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플립을 했다고 미국에서 반드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외 자본을 받으려면 투자자가 익숙한 지배구조와 계약, 회수 시스템에 들어가야 한다. 투자가 확정된 뒤 플립을 전제조건으로 요구받는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으로 '크로스보더 컴퍼니'와 '양서류 전략'을 제시했다. 한쪽 생태계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 이상에 동시에 뿌리를 내리고 시장·자본·인재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크로스보더 컴퍼니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는 △여러 국가의 법과 제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경영 능력 △두 나라 이상의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유연성 △현지 정보·신뢰·네트워크로 구성된 소셜캐피털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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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미국 회사로, 일본에서는 일본 회사로 현지 생태계 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한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모두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모회사·한국 자회사…"양국 장점 함께 써야"

미국 모회사와 한국 자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오재학 카이뮨 대표는 한국을 버리는 플립이 아닌 양서류 전략의 실제 사례를 공유했다.
서울대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은 오 대표는 UCSF와 제넨텍, 암젠 등을 거쳐 미국에서 창업했다. 이후 한국 투자자와 팁스(TIPS) 운영사를 만나 국내 자회사를 세우고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한국에는 질 높은 연구자가 많고 비용 경쟁력도 있다"며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최신 정보와 시장의 기준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전세계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는 것이 글로벌 진출"이라며 "해외에서 먼저 경험한 창업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노하우를 공유하면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권욱진 사제파트너스 이사는 기업의 국적이나 창업자 지분율만으로 크로스보더 기업을 정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때는 해당 기업이 한국의 자본과 제조 파트너, 고객사를 얼마나 잘 활용해 가치를 만드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고체냉매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파스칼'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인 CTO(최고기술책임자)의 지분이 약 15%에 불과해 현행 기준상 국외 창업기업으로 보기 어렵지만, 국내 생태계와 적극 연결하며 한국의 제조 파트너와 삼성·LG 등 잠재 고객사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권 이사는 "한국을 잘 활용하며 성장하고 한국 투자자와 제조기업이 실질적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진정한 크로스보더 기업에 가깝다"며 "법인 소재지보다 실질적 연계성을 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질문부터 바꿔야"

세미나 참석자들은 크로스보더 기업을 지원할 때 법인 소재지보다 국내 경제와의 실질적 연결성을 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국내 고용과 IP(지식재산), 한국 투자자의 참여, 국내 기업과의 거래·협력, 해외에서 확보한 자본과 경험의 환류 등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법인 소재지나 활동 무대만으로 스타트업을 구분할 이유가 없다"며 "초기 투자자에게 기업의 해외 진출은 가장 반가운 소식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소득공제 추징과 과세, 투자자 권리 승계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냐 해외냐를 가르는 대신 국경을 넘어 성장하는 기업이 우리 경제와 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한국에서 고용과 연구개발이 이뤄진다면 해외법인의 성장도 우리 생태계의 성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변호사는 플립 과세 이연(연기)과 투자자 엑싯 면세 기준 명확화, VC 해외투자 규제 완화, 외국환 원스톱 패스트트랙, 정책금융기관의 플립 가이드라인, 국외 창업기업 제도 정비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플립이든 리버스 플립이든 그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항로일 뿐"이라며 "국가가 던져야 할 질문도 '창업자를 어떻게 국내에 붙잡아 둘 것인가'에서 '창업자가 어디에 있든 어떻게 우리 생태계와 연결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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