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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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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은 질병, 자연재해 그리고 우연 그 자체를 없애는 꿈을 꾸었다. 그는 또한 신을 폐지하려는 꿈도 꾸었다. 베이컨은 이 두 번째 꿈을 사후 출간된 중편소설 '뉴 아틀란티스'(New Atlantis, 1626)에 숨겨 두었다. 이 책은 근대성의 지도로, 예언서로, 혹은 마법서로 읽힐 수 있다. '뉴 아틀란티스'는 조너선 스위프트, 앨런 무어, 오다 에이치로로 이어지는 비밀스러운 문학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4세기에 걸쳐 이 작가들은 묻고 또 물었다. 과학은 적그리스도를 불러낼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겉으로, 베이컨은 근대 과학을 기독교와 완전히 양립가능한 것으로 제시했다. 그는 '신기관'(Novum Organum)에서 "자연은 실험이라는 고문 아래서만 자신의 비밀을 드러낸다"고 썼는데, 이는 "땅 위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지배하라"(창세기 1:28)는 신의 명령을 다소 폭력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베이컨은 성경을 인용하는 데에 탁월했으며, 그 덕에 오늘날까지도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사이드 압둘라 무함마드 타헤르의 작은 아파트. 이슬람 지도자인 그의 책상 위 코란들 사이에 놓인 책 표지에서 시진핑 주석의 웃는 얼굴이 빛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정당이자 내년 2월 선거의 주요 주자인 '자마트에이슬라미'의 고위 간부인 타헤르는, 올해 공산당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의 5권짜리 연설 및 저술 모음집인 '중국의 거버넌스'를 받았다. "훌륭한 방문이었어요. 중국 측이 우리를 정부 고위 인사로 대우해 줬습니다. 중국이 자마트당 고위 지도자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는 말한다. 타헤르의 중국 수도 방문은 방글라데시 정치권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내 숙적인 인도를 둘러싼 다른 국가들의 지도자들에게도 구애를 펼쳐, 남아시아의 권력 지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작전의 일환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 따르면, 전직 사회적 금융 기업가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 정부가 집권한 이후 14개
1963년 11월, 햇살이 쏟아지는 댈러스의 어느 날,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엘름가로 접어들 무렵, 환호하는 인파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검은 우산을 펼쳐 들고 서 있던 남자였다. 몇 초 뒤 총성이 울렸고, 세상은 영원히 바뀌었다. 그 충격적인 사건 이후, 미국이 설명할 수 없는 폭력의 현실과 씨름하는 동안 "우산 남자"의 이미지는 작가 존 업다이크가 훗날 표현했듯 역사의 목에 매달린 페티쉬(fetish)가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 튀는 존재였다. 아귀가 딱 맞는 인과관계를 갈망하는 세계에서 그의 존재는 해로워 보였다. 그 우산은 비밀 신호 장치였을까? 아니면 첫 번째,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목구멍 부상을 입힌 플레셰트(미세 침) 발사용 위장 총이었을까? 수년 동안 수사관들과 음모론자들은 그를 거대한 음모의 열쇠, 은밀한 계획의 부분으로 여겼다. 하지만, 결국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것은 거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을 뒤엎는 전개와 극심한 전력 변화의 연속이었다. 전쟁 초기, 대부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를 순식간에 제압할 막강한 거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진격은 저지당하고 후퇴했다. 그러자 외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부패했으며 한 번의 반격만으로도 붕괴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또한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실패했고, 러시아는 더딘 진격을 재개했다. 이제 많은 이들은 전장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러시아 너머를 보며,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을 불충분한 외부 지원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전략가들이 놓친 것은 러시아가 어느 정도로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우크라이나 및 그 너머에서의 전쟁 전략과 접근법을 조정했는지다. 2022년부터 러시아는 자국의 전투 경험을 분석하고 교훈을 도출하며, 이를 군 전체에 공유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2023년 초까지 러시아는 방위산업 기반, 대
에르빈 마치치는 절망에 빠졌다. 학창 시절 그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두 번이나 메달을 땄고, 인공지능(AI) 모델의 예측 속도를 높이는 연구를 했다. 언젠가 AI 연구소에 들어가 안전한 AI 기술을 만드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이 19세의 보스니아 영재는 옥스퍼드대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연간 6만 파운드(1억 원)에 달하는 학비가 가족의 연 수입의 다섯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라예보대학교로 진학했고 그곳에서 수십 년 된 구형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시험을 치렀다. 마치치의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재능이 낭비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만약 발굴해 양성했다면 혁신적인 업적을 남겼을지도 모를 '잃어버린 아인슈타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결과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AI 분야다. 최고 수준 연구 인력의 희소성으로 인해 소수의 핵심 인재들이 최고경영자(CEO)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정부들은 AI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도체에 수
9월 25일 늦은 밤, 독일 최북단 주(州)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상공에 나타난 드론들은, 조종이 서툰 아마추어가 띄운 기체처럼 불규칙한 경로를 그리지 않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입수한 관계당국 내부 평가에 따르면, 그 드론들은 마치 지상 목표를 정밀하게 정찰하듯 반듯하고 평행한 비행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그 아래에는 전력 발전소, 정유공장, 병원, 주정부 청사, 그리고 티센크루프 그룹이 소유한 무기 공장이 있었다. 며칠 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한 군사기지와 그 주의 최대 도시 로스토크 항만에서도 드론이 목격됐다. 그보다 며칠 앞서 북해의 덴마크 유전지대, 덴마크 및 스웨덴의 군사기지 주변뿐만 아니라 덴마크 북쪽의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 상공에서도 드론이 관측되어 항공편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덴마크 국방장관 트룰스 룬드 포울센은 자국 내 사건들에 대해 "이 모든 정황은 명백히 전문 행위자의 소행을 가리킨다"며 "이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공격'"이라고
언뜻 보기에 링어스키디는 아일랜드 남부 해안의 여느 조용한 마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특별한 명성이 있다. 바로 이곳은 아일랜드에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제약 산업의 출발점이 된 거대한 화이자(Pfizer) 캠퍼스가 자리한 곳이다.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1969년, 코크 항만 끝자락의 작은 어촌이던 링어스키디에 첫 아일랜드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후 수십 년간 이곳을 포함해 전국 4곳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화이자의 선례를 따라 경쟁사들도 속속 코크 카운티로 몰려들었고, 이로써 코크뿐 아니라 아일랜드 전역이 미국 제약회사들의 주요 거점으로 변모했다. 비슷한 이야기는 테크 산업에서도 반복됐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유럽 본부나 대규모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세운 것이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는 아일랜드의 두 가지 대표 산업--제약과 테크--을 성장시켰고, 수천 개의 일자리와 막대한 법인세 수입, 그
내게 진행성 유방암이 있다고 전화했던 의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2021년 9월의 어느 오후였다.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나를 위로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차분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지혜와 침착함, 공감 능력으로 노련한 의료 전문가의 품격을 보여주며 나의 고통을 다루었다. 나는 나의 고통에 연민을 느낀다고 믿었던 한 인간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진단 며칠 만에 나는 기묘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암 투병 과정의 모든 중요한 단계는 내 고향인 헝가리 정부가 구축한 디지털 건강 기록 시스템을 통해 내게 전달되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화된 병리 보고서를 통해 국소 전이(암이 림프계로 퍼진 것) 사실과 치료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상 나는 의사들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설계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조기 사망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통보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몇 달간 두려운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은 나의 우울증을 심화시켰고
잠입 암살 게임 시리즈 '어쌔신 크리드'가 올가을 예상치 못한 업데이트를 맞이한다. 개발사인 프랑스의 유비소프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미션 세트를 발표했다. 이 소식은 유비소프트가 사우디 국영 기업인 새비게임스 그룹(Savvy Games Group)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올해 초 보도에 뒤이어 나왔다. (유비소프트는 사우디 배경의 레벨이 "현지 및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어들은 사우디 정부가 관광지로 홍보하고 있는 역사적인 도시 알울라(Al Ula)를 누빌 수 있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영화, 스트리밍, 음악 산업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게임 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사우디는 가장 거대한 행보를 보였다. 1조 달러(1400조 원) 규모의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미국 3위 게임 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550억 달러(76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홍콩 소호에 자리한 금빛 장식의 현대식 중식 레스토랑 홀리푹(Ho Lee Fook)은 금융인들이 거래 성사와 주가 급등을 축하하며 모여드는 장소다. 이름은 광둥어로는 "입안의 행운"을 뜻하지만, 영어로는 일부 사람들이 홍콩의 빠른 부활을 두고 놀라움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과 비슷하다. "저는 지금처럼 홍콩에 낙관적인 적이 없었습니다." 홀리푹 등 여러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외국인과 금융인들이 즐겨 찾는 '블랙쉽 레스토랑 그룹'을 창립한 사이드 아심 후세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올해 12월 기업 고객 예약 실적이 지난 5년 어느 때보다 좋다고 덧붙였다. 고급 식당에 대한 금융인들의 수요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도시 전반도 장기간의 거래 부진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한때 홍콩이 민주화 운동을 짓밟고, 논란 많은 법 개정을 강행하며,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숙련된 이민 노동자를 대거 내몰자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에
프랑스, 영국 및 여러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죽어가는 해법인 '두 국가의 공존' 방안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실에서 '두 국가 해법'은 그 어느 때보다 요원하다. '성지'에 사는 두 민족 간의 신뢰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0년간 이어진 분쟁 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쟁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다시 격화되면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양측 모두에서 과반수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중 이 구상을 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양쪽 모두에서 소수로 나타났다. 영토 분할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분쟁 양측 모두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이러한 추세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은 거의 없다. "
SK하이닉스의 거대한 M14 칩 제조공장에서 클린룸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기계들을 점검하는 가운데, 700대 로봇이 천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제조 공정의 각 단계 사이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운반하고 있다.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메인 캠퍼스에 있는 이 팹은 초당 200편의 장편영화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 칩을 생산한다. 수십 년간 메모리 칩은 AMD, 퀄컴, 엔비디아, TSMC 같은 기업들이 설계하고 생산하는 로직 칩이나 프로세서 칩에 가려 덜 화려한 분야였다. 이런 로직 칩들은 컴퓨팅의 핵심 연산을 수행하고 전자기기의 동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천 반도체 팹에서 생산되는 HBM3E 같은 HBM 설계는 메모리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사업기획 담당 최준용 부사장은 기존 DRAM에서는 "고객들이 전력과 성능보다 비용을 우선하지만, HBM에서는 비용보다 전력과 성능이 우선시된다"고 지적한다. HBM은 소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