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배우 문근영의 기부를 두고 좌익 빨갱이의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지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좌익 메뚜기 떼들이 문근영으로 하여금 확고한 천사의 지위를 차지하도록 한 후에, 바로 그 위대한 천사가 빨치산의 손녀라는 것을 연결해 빨치산은 천사와 같은 사람이라고 이미지화 하려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글이 세상에 알려지자 지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지씨는 파문이 확대되자 18일 "기부 행위에 딴지를 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기부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부행위를 등에 업고 빨치산 집안을 미화하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지씨는 무엇을 근거로 문근영의 기부와 좌익의 선전선동을 연결시켰을까요. 머니투데이는 8억5000만원의 익명의 기부천사가 문근영임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전말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알려진 것은 12일이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날 10주년을 맞아 기부내역을 결산한 결과, 개인 최대 기부는 8억5000만원이고, 20대의 여배우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여배우는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기부천사가 누구일까 궁금했습니다. 머투 연예팀은 20대로 여자이고 8억5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문근영이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김지연 기자는 다음날(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와 통화를 갖고 문근영임을 확인했습니다. 김지연 기자는 전일에는 공동모금회 관계자가 기부자의 신분을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다음날 문근영이 아니냐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자 부인을 못했다고 합니다.
문근영은 자신의 기부 사실이 밝혀지길 원치 않았는데, 어떻게 좌익의 선전선동인지 지씨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문근영이 졸지에 빨갱이가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6·25전쟁 이후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 붙잡혀 5년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1971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다시 수감돼 1999년 출소했고, 2005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문근영의 작은 외할아버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당시 28세) 진압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합니다. 지만원씨 입장에서는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골수 빨갱이이고, 그 작은 외할아버지는 폭도일 겁니다.
지만원씨 주장대로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를 빨갱이, 문근영의 작은 외할아버지를 폭도라고 칩시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섰다는 겁니다. 그들의 사상에는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려 했던 그 정신은 훌륭한 것이고, 그것은 문근영의 기부와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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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에 따르면 처음 자신이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출연료를 받으면 수익금의 일부를 반드시 불우이웃과 북한 동포를 돕는데 사용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남을 위한 맘이 체질화된 집안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경주에는 최부자집이 있습니다. 이들이 수백년동안 부를 이어온 비결은 "흉년에 땅 불리지 말아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 없게 하라”였습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입니다.
경주 최부자집과 문근영 집안의 삶의 궤적은 사뭇 다릅니다. 최부자집이 전통의 수호자라면 광주 문근영의 집안은 사회변혁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지씨같은 극단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일까요. 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