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기평, 강세찬 연구에 정부출연금 25억원…담팔수 치료기술 제넨셀로 이전
-2017년 농식품과학기술대상 대통령표창…정부가 '유망 기술' 공신력 더해
-2022년엔 농진청 28억원 규모 컨소시엄 참여…제넨셀 다시 국가 R&D 진입
-코로나 치료제 허위자료 제출 1심 유죄…정부 R&D 평가·사후검증 부실 도마

최근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표인 강세찬 교수와 제넨셀이 오랫동안 정부 R&D 시스템 안에서 쌓아온 '공적 신뢰'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한 바이오기업의 실패를 넘어 국가가 부여한 기술적 공신력이 기업과 자본시장으로 어떻게 전달됐는지, 정부의 평가와 사후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농생명산업기술개발사업을 통해 2011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5년간 '국내 식물자원 활용 만성감염 허피스 바이러스 치료소재 개발 및 산업화' 연구를 지원했다.
주관연구기관은 경희대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는 강세찬 교수였다. 총 연구비는 33억5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정부출연금만 25억원에 달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제주도 등에 자생하는 담팔수 추출물을 활용한 항바이러스 치료소재가 개발됐다.
농기평은 2017년 이를 '국내 최초 천연물을 활용한 대상포진 치료소재'라고 소개하며 기존 화학합성 치료제를 대체할 가능성과 세계 항바이러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강조했다.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곧 기업으로 넘어갔다. 농기평은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기술이 경희대로부터 제넨셀에 기술이전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넨셀이 국내 제약회사들과 개발투자와 위탁판매 등을 협의 중이라며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도 적극 소개했다. 농기평 자료에는 2017년 임상 2상에 진입하고 2018년 임상 3상을 마친 뒤 2019년 대상포진 치료제를 출시한다는 계획까지 담겼다.
강 교수는 2017년 제20회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에서 '국내 자원식물을 활용한 천연물 기반 대상포진 치료제 개발' 공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당시 포상은 농식품부가 추진했고, 신청·접수와 관련 문의 창구 등에 농기평이 참여했다. 농기평은 별도로 정부포상 부상 제작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들의 PICK!
국가 R&D 지원에 이어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강 교수에게는 자연스럽게 '정부가 인정한 연구자'라는 이력이 붙었다.
강 교수는 2018년 바이오사업 진출을 추진하던 상장사 필룩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제넨셀 역시 여러 상장기업의 투자 대상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뒤에는 당초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되던 담팔수 기반 후보물질 ES16001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면서 제넨셀과 관련 상장사들이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제넨셀은 그 와중에도 여전히 정부 R&D 생태계에서 활동했다.
2022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 다시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특용작물이용과가 주관하고 제넨셀과 경희대·아주대·전남대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2026년까지 5년간 총 28억원의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아 정신건강 관련 기능성 원료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28억원 전체가 제넨셀에 지급된 것은 아니지만 제넨셀이 정부 R&D 수행기관으로 다시 공식 참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이후 드러난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자료다.
서울서부지법은 2024년 12월 강 교수의 위계공무집행방해·약사법 위반 등 사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최근 보도된 1심 판결 내용에 따르면 제넨셀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동물실험 과정에서 고용량 투여군 햄스터가 폐사하는 등 불리한 결과가 있었지만 관련 내용이 제출 자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이와 관련한 허위자료 제출 행위 등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
정부 R&D 과제 선정과 대통령표창이 기술의 임상적 성공이나 사업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 과제 수행 경력과 대통령표창 같은 이력이 기술과 연구자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강력한 '공신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가 R&D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기업으로 이전되고, 연구책임자가 정부포상을 받은 뒤 다시 다른 국가 R&D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이 반복됐다면 정부의 책임 역시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했을 뿐'이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당초 농기평이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내세웠던 대상포진 치료제는 예정했던 2019년 출시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넨셀은 이후 농촌진흥청의 연구사업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국가 R&D 성과가 후속 국가과제와 투자 유치의 '스펙'으로 축적되는 동안 실패한 사업화 성과와 연구의 신뢰성은 어떻게 평가됐는지 따져봐야할 이유다.
농식품부·농촌진흥청 R&D 생태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가가 찍어준 '유망 기술'이라는 도장이 민간 자본시장에서 신뢰의 보증서처럼 활용되는 동안, 그 도장의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는 정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제넨셀 사태를 계기로 농식품 R&D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