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종자원, 기상정보와 생육정보 활용 'AI기반 종자 수확기 예측 프로그램' 개발
올해 벼 24개 품종 9565필지 적용…지방정부·민간 종자 생산현장에 무상 제공

누렇게 익은 벼 가운데 일부는 밥상 대신 다음 해 논에 뿌릴 씨앗으로 남는다. 종자를 거두는 일은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일인 만큼, 다시 싹을 틔울 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일찍 베면 덜 여물고, 늦으면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로 발아율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농부의 이런 걱정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비 오기 전에 벨지, 더 익도록 기다릴지 판단하도록 돕는 AI 프로그램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국립종자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기상정보와 벼 생육정보를 분석하는 'AI 기반 종자 수확기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벼를 언제 거둘지는 그동안 농업인의 경험과 현장 관찰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고온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상이 잦아지면서 익숙한 달력대로 농사짓기가 어려워졌다.
같은 품종도 재배지역과 그해 날씨에 따라 익는 시기가 달라진다. 과거의 경험에 올해의 기상 변화를 함께 반영할 판단 도구가 필요했다.
이 프로그램은 생산자가 재배지역과 출수일(벼 이삭이 나온 날짜) 등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필지별 수확 적기를 예측한다.
이를 기준으로 벼가 익어가는 데 영향을 주는 기온을 누적해 계산한다. 이렇게 쌓인 온도 자료가 '적산온도'다. 분석에는 1980년부터 2025년까지 46년간의 적산온도 자료와 올해 기상정보가 활용된다.
과거 평균과 최근 추세, 머신러닝, 다항식 회귀, 중기예보 등 다섯 가지 방법으로 수확 시기를 비교·예측한다. 결과는 온도 변화와 종자 성숙 시기, 예상 수확 시기 등을 보여주는 그래프로 제시한다.
핵심은 날짜 하나를 받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벼가 수확 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시기를 파악하고, 기상위험이 예상되면 그 범위 안에서 수확을 앞당기는 등 작업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된다.
충분히 익지 않은 벼를 무조건 서둘러 베는 것이 아니라, 종자의 성숙과 날씨를 함께 따져 판단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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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종자원은 올해 정부 보급종으로 생산하는 벼 24품종, 9565필지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예측한 수확 시기가 실제 현장 수확 시기와 ±3일 수준으로 일치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정부가 생산하는 원원종·원종 등 보급종 생산의 바탕이 되는 종자와 민간 식량종자 생산에도 활용된다. 기관이나 업체가 별도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고도 같은 기준으로 수확 적기를 판단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두 기관은 실제 수확자료와 기상자료를 계속 반영해 예측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앞으로 농업위성 정보와 연계해 종자를 생산하는 논인 채종포의 생육상태를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프로그램 이용을 원하는 벼·맥류 생산자단체나 기관은 국립종자원에 문의하면 프로그램과 활용 매뉴얼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양주필 국립종자원장은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과거의 경험만으로 적정 수확시기를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생산자가 기상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적정 수확시기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