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달걀값보다 '모셔오는 값' 7배…'수입선 다변화'의 역설

[농담] 달걀값보다 '모셔오는 값' 7배…'수입선 다변화'의 역설

세종=정혁수 기자
2026.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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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산 수입 달걀 178원…운송·관세 등 부대비용만 1286원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강조…국내 농가 생산기반 강화도 과제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주변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부가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브라질산 신선란 2억 개를 추가 수입하고 할인 판매를 확대한다./사진=뉴스1
정부가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브라질산 신선란 2억 개를 추가 수입하고 할인 판매를 확대한다./사진=뉴스1

달걀 한 알의 값은 178원이었다. 하지만 그 알을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들여오는 데 1286원이 더 들었다. 달걀값보다 '모셔오는 값'이 7배 넘게 비싼 셈이다.

정부는 이를 미래의 공급 불안에 대비한 투자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가 국민의 밥상을 더 오래 지킬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브라질산 신선란의 개당 현지 구매가격은 178원이다. 항공운임 959원, 관세 307원, 보관료 등 20원을 더한 최종 수입단가는 1464원.

30개들이 한 판으로 환산하면 4만3923원이다. 부대비용은 달걀 구매가격의 7.2배였다.

정부가 들여온 브라질산은 112만개로 총비용이 약 16억원이다.

구매비 2억원을 뺀 14억원 가운데 항공운임 11억원은 국내 항공사에 지급됐고, 관세 등 약 3억원은 국고로 귀속됐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모든 돈이 해외로 유출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용의 적정성을 따져볼 필요성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올해 정부가 미국·태국·브라질·덴마크에서 수입한 신선란은 1억3324만개. 수입과 국내 유통 등에 실제 사용한 돈은 약 819억원이다.

당초 축산발전기금에서 마련한 1211억9300만원은 예산 규모이지 집행액이 아니다. 브라질산은 전체 물량의 0.8%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체 수입란을 평균 개당 131원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브라질산만의 공급가격이 아닌 전체 수입란의 평균이다.

정부의 처지도 이해할 대목이 있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는 6~9개월이 걸린다.

미국에서도 AI 확산으로 계약 물량의 수입이 취소됐다.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새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시도 자체를 낭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시범'이라는 이름이 비용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량을 시험 삼아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비상시 대량 공급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운송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농식품부 역시 비용의 적정성과 시범 도입의 효과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9년간 산란계 농가 시설 현대화 직접보조금이 97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융자와 계란유통시설 지원까지 포함하면 국내 산업 지원 규모는 훨씬 크다고 반박한다.

직접보조금만으로 지원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데 쓰는 돈과 위기를 예방하는 데 쓰는 돈의 균형은 짚어야 할 대목이다.

축산발전기금은 축산업 발전뿐 아니라 축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쓰인다. 수입에 기금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적을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지출이 다음 위기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증명하는 일이다.

수입선 다변화는 비상시에 꺼내 쓸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에 들었다고 해서 낡은 지붕 수리를 미룰 수는 없다.

다음번 AI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먼저 확인할 것은 새로 확보한 수입국의 이름일까, 아니면 더 단단해진 우리 농가의 생산기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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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2013년부터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하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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