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휘발유·경유 공급가격 상한을 리터당 1700원 후반대로 유지했다. 4달 연속 동결 결정이다. 중동전쟁 상황의 악화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을 고려하면 최고가격제 인상 요인이 있지만 서민 물가안정과 환율 하락 등을 감안해 동결 결정이 이뤄졌다.
산업통상부는 11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10차 최고가격으로 동결한다고 16일 밝혔다. 11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784원(이하 리터당)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오는 17일부터 4주간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6월27일 7차 최고가격을 이전 대비 150원씩 인하한 이후 8차, 9차, 10차 가격을 연속으로 동결했다. 이번 11차 가격도 유지하면서 4연속 동결이 이뤄졌다.
최근 중동전쟁 상황의 악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세는 최고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동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고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시설을 공격하는 등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두바이·브렌트 모두 배럴당 100달러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 휘발유 가격도 130~140달러대로 전쟁 이전 대비 2배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경유 가격 역시 전쟁 이전 대비 2배 수준인 170달러대가 지속 중이다.
석유 최고가격은 국제 석유제품가격의 변동률을 반영해 산정한다. 최근 가격변화를 반영할 경우 최고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과 환율 하락 등의 요인을 고려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대로 둔화했지만 최고가격 시행에도 9월 석유류 물가가 전년대비 14.8% 상승하는 등 에너지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입가격 부담은 다소 완화했다. 2차 최고가격을 인상했던 지난 3월 마지막주 당시 원/달러 환율은 1505원이었으나 현재는 1330원대로 당시 대비 10% 이상 낮아졌다. 환율 하락은 원유 수입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다.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으로 에너지 절감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가 유지될 경우 석유제품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전년대비 3% 증가하면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소비량이 늘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476명 읽는 중
이에 대해 산업부는 "9월 판매량 증가는 전년보다 짧아진 추석연휴로 인한 수요 집중 효과 및 고속도로 주유소 특별할인 등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이달 1~2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하면서 제도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 규모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초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6개월 시행을 전제로 정유사 손실보전을 위한 예비비 4조2000억원을 편성했으나 현재 시행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최고가격제 종료는 요원한 상황이다.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제 판매가격과 최고가 간 격차가 벌어질수록 정부가 정유사에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금액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석유류 수급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원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최근 10~11월 원유 도입량을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하며 원유 수급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한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국내외 상황에 맞춰 최고 가격제를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