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국내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더 저렴하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보다 낮은 데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제 가격 상승분의 국내 반영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41원으로 휘발유(1855원)보다 14원 낮았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117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것은 기본적으로 세금 차이 때문이다. 경유는 화물차와 버스, 건설기계 등 물류·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쓰인다. 정부는 산업 활동과 운송 비용을 고려해 경유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해 왔다. 현재 리터당 유류세는 휘발유가 698원, 경유가 436원으로 세금 차이만 262원이다.
한국의 경유 가격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유류세와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이 국내 경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과 유럽의 경유 수급 불안, 겨울철 난방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 차이가 더 벌어졌다. 10월 다섯째 주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73.9달러로 휘발유(139.2달러)보다 34.7달러 높았다.
국제 가격 상승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고가격제가 도입되기 직전인 지난 3월10일에는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웃도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국내 가격 상승을 억제한 요인 중 하나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다. 정부는 3월 제도 도입 이후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1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직접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사 공급가격을 제한해 국제 가격 상승분이 국내에 반영되는 폭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유 소비도 줄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9월 경유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9% 감소했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11월부터 국내 공급 의무와 적정 재고를 충족하는 정유사에 한해 경유 수출 한도를 전년 동월의 110%까지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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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격 안정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수록 재정 부담도 커진다.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을 7조~8조원으로 추산한다. 정부가 편성한 목적예비비와 내년 예산안 반영분을 합친 손실보전 예산은 총 5조6497억원이다. 정부는 실제 손실을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기준으로 정산한다는 입장이어서 업계 추산액과 최종 보전액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약 1조2000억원의 세수도 추가로 줄어들 전망이다.
11차 최고가격은 13일까지, 유류세 인하는 이달 말까지 적용된다. 최근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90달러 선으로 내려오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경유 가격은 여전히 휘발유보다 크게 높다. 원유 가격 하락에도 경유 가격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 안정 정책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가 향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