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BIFF] '암살자(들)'도 유해진도 없지만…부산영화제 삼킨 '보이지 않는 유령'

[제31회 BIFF] '암살자(들)'도 유해진도 없지만…부산영화제 삼킨 '보이지 않는 유령'

최재욱 ize 기자
2026.10.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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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해석 논란으로 인해 관련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측이 해당 영화 관련 질의를 차단하며 논란이 일었고, 출연 배우 유해진은 신변 안전 우려 등으로 영화제 일정에 불참했다. 유해진은 제35회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제작사 대표가 대리 수상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자 임은정 대표가 유해진 대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대리수상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일영화상 집행위원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자 임은정 대표가 유해진 대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대리수상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일영화상 집행위원회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의 후폭풍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반을 흔들고 있다.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를 차단하는 사태가 빚어진 데 이어, 배우 유해진이 부일영화상 불참 속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영화제 초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제 내 '암살자(들)' 관련 행사는 모조리 취소돼 열리지 않고 출연 배우들도 단 한 명 발을 들이지 않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부산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단연 '암살자(들)'이다.

개막작 기자회견서 질문 가로막아… "해당 영화 외 질문 사절"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장에서는 영화제 측이 '암살자(들)' 관련 질의응답을 막아 논란이 일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 김종관 감독에게 '암살자(들)'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즉각 답변을 제지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마이크를 잡고 "개막작 관련 이야기만 나누는 자리"라며 "이미 입장을 밝혔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 측은 앞서 관련 프로그램 취소를 공지한 것 외에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어 씁쓸함을 더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 마련된 주요 기자회견마다 사전 공지를 통해 '해당 영화 이외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며 입단속에 나서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줄취소된 공식 행사, 유해진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에도 '대리 수상'

앞서 부산영화제는 제작사 측 요청에 따라 '암살자(들)' 관련 일정을 잇달아 취소했다. 지난 1일 배우 이민호의 단독 토크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취소를 알린 데 이어, 다음 날에는 7일 예정됐던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야외 무대인사 및 개막식 참석 백지화 소식을 전했다. 당시 영화제 측은 "관객 및 게스트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한 제작사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주요 프로그램들이 지워지며 축제 분위기는 크게 위축됐다.

논란의 파장은 영화제 기간 열린 제35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으로도 이어졌다. 배우 김남길과 천우희의 사회로 7일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은 영화 '세계의 주인'에 돌아갔다.

관심을 모았던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이었다. 구교환('만약에 우리'), 이병헌('어쩔수가없다'), 박지훈('왕과 사는 남자'), 조인성('호프') 등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트로피를 차지했으나, 유해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최근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 속에 부산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시상식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로피는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대리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임 대표는 "유해진 배우가 촬영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해서 대신 나왔다.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하다"며 "장항준 감독과 모든 스태프, 배우들 감사하다. 관객들에게 가장 큰 감사를 보내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광스러운 수상의 순간마저 '주인공의 부재' 속에 조용히 지나갔다.

스크린에도 레드카펫에도 없지만… 영화제 가득 채운 '부재의 역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은 개봉 이후 일부 관객들로부터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작진은 "여러 기록과 자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유해진의 자택 인근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소속사 측이 허위사실 유포와 신변 위협 등에 대한 강경 법적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그 파장이 영화의 도시 부산까지 몰려온 셈이다.

물리적으로 '암살자(들)'과 유해진은 부산에 없다. 개막식 레드카펫에도, 행사장에도, 심지어 남우주연상 수상 무대에도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영화계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시선은 여전히 그 '사라진 영화'에 쏠리고 있다. 그 부재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장만이 영화제 초반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씁쓸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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