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이 훔치고 김현주가 겨눈 '100일의 거짓말', 뜨거운 서막 [드라마 쪼개보기]

김유정이 훔치고 김현주가 겨눈 '100일의 거짓말', 뜨거운 서막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10.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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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에 무심했던 소매치기와 복수에 삶을 건 저격수
김유정·김현주의 호연으로 잇는 생존과 희생의 사정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1932년 경성을 배경으로 소매치기 이가경과 저격수 유소란의 얽히는 운명을 그리며 방송을 시작했다. 유소란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를 암살하려다 이가경과 엮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과거 딸을 잃은 아픔과 독립운동의 비극적 서사가 드러났다. 김유정, 김현주, 박진영 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2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7.6%를 기록했다.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독립운동에 엮여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성을 내던 소매치기가 다음 날 미역과 소고기를 사 들고 돌아온다. 상대가 유산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서다. '100일의 거짓말'은 그 작은 걸음으로 시대의 아픔에 다가간다. 나라의 운명이 제 사정과 무관하다고 믿던 사람이 타인의 고통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아직 두 회지만 그 변화의 출발점이 단단하다.

지난 10일과 11일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 1·2회는 1932년 경성에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은 돈이 필요하고, 구국단 저격수 유소란(김현주)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진선규)를 죽이려 한다. 가경이 훔친 가방에서 총알을 발견하고 돈을 요구하러 찾아가면서 각자의 계획이 뒤틀린다. 작은 도둑질이 거대한 암살 작전의 변수가 되는 연결부터 흥미롭다.

서사의 긴장도 이처럼 엇갈린 목적에서 생긴다. 유소란과 위장 부부인 미국계 조선인 기자 유필립(이무생), 통역관이자 밀정인 스즈키(김도현)가 작전을 준비한 식사 자리에 사토의 양자 히데오(박진영)가 끼어든다. 다른 암살자 금석중(감우성)까지 등장하면서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겨누는지 시시각각 바뀐다. 인물이 많아도 각자의 목적이 분명해 복잡함이 혼란으로 흐르지 않는다. 거짓 신분과 돌발 행동이 맞물리는 전개가 쫀쫀하다.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총격의 흥분 뒤에 놓인 것은 유소란의 오래된 상처다. 그는 만세운동에 나섰던 남편 금석중이 동료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딸을 잃었다. 그 학살을 이끈 사토를 죽이려 13년을 기다렸다. 극은 식민지의 폭력을 첩보극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만 쓰지 않는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현재까지 따라가며 독립운동이 삶을 내놓아야 하는 선택이었던 이유를 묻는다. 허구의 인물을 통해 고통스러워도 외면할 수 없는 역사에 다가가게 한다.

김현주는 그 무게를 붙든다. "반드시 성공하고 기쁘게 저만 죽겠습니다"라는 말에는 복수 뒤의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의 절망이 깔려 있다. 결의를 다질 때의 절제와 딸을 잃는 과거 장면의 처절함이 이어지면서 냉철한 저격수 안에 남은 어머니가 보인다. 가경을 죽은 딸의 이름인 서희로 부르는 순간도 중요하다. 위기를 모면하려 꺼낸 거짓 이름이면서 아직 놓지 못한 이름이기도 하다. 작전을 위한 거짓말에 개인의 슬픔이 겹쳐진다.

김유정은 이 묵직한 이야기의 문턱을 낮춘다. 남의 지갑을 훔치고도 천연덕스럽게 버티는 가경의 능청은 극에 활기를 준다. 그러면서 유소란에게 받은 돈을 다 챙기지 못하고 장을 본 값만 제하는 모습에서는 남의 불행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대의를 아는 인물로 치켜세우지 않아 좋다. 돈을 벌어 미국으로 떠나려던 그가 왜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이게 될지 궁금해진다.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100일의 거짓말' / 사진=tvN

박진영이 맡은 히데오도 단순한 제복 속 남자가 아니다. 조선인 출신이면서 조선인을 믿지 않는 정무총감의 양자로 살아간다.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순을 박진영은 경계심과 상처가 공존하는 얼굴로 표현한다. 가경을 의심하고도 경찰의 추궁에서 구해주는 행동에는 관계를 더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 "잡았다, 소매치기"라는 2회 엔딩의 여유가 설레는 동시에 불안한 까닭이다.

이무생은 가경에게 총을 겨누는 유필립의 냉정함과 유소란에게 보내는 애틋한 시선을 함께 품는다. 진선규는 아들을 향해서도 총구를 드는 사토의 비정함으로 장면의 긴장을 세운다. 감우성의 등장은 암살 작전을 흔드는 반전이자 유소란의 과거를 여는 열쇠다. 배우들의 호연이 사건과 감정의 연결을 설득하면서 첩보와 로맨스, 역사적 비극이 따로 놀지 않는다.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1회 5.3%에서 2회 7.6%로 올랐다. 숫자보다 반가운 것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가경의 손이 앞으로 무엇을 훔칠지보다 누구를 위해 움직일지가 궁금하다. 살아남으려는 거짓말과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마음을 함께 놓은 '100일의 거짓말'의 출발은 경쾌하면서도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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