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두 소녀의 15년 후…김유정의 거짓말vs김소현의 돌직구 [한수진의 VS]

'해품달' 두 소녀의 15년 후…김유정의 거짓말vs김소현의 돌직구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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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동갑내기 배우 김유정과 김소현이 각각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과 '연애박사'의 주연을 맡아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유정은 소매치기에서 밀정으로 변모하는 인물의 능청과 공포, 연민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끌었다. 김소현은 사랑에 적극적이면서도 진로와 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불안과 성장을 생활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를 매료했다.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왼쪽), '연애박사' 김소현 / 사진=tvN, KT스튜디오지니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왼쪽), '연애박사' 김소현 / 사진=tvN, KT스튜디오지니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1999년생 동갑내기 두 배우가 깊어진 연기와 남다른 화면 장악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tvN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과 ENA '연애박사' 김소현이다. 15년 전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연우와 보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두 사람은 이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붙드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화사한 외모도 여전하지만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감정을 다루는 두 사람의 능숙함이다. 김유정은 살아남으려 거짓말하던 소매치기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달라지는 과정을, 김소현은 사랑에 거침없이 다가서면서도 진로와 관계 앞에서는 흔들리는 청춘의 속내를 세밀하게 채워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한쪽은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다른 한쪽은 평범한 일상 안에서 마음을 움직인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배우가 각자의 연기로 완성한, 닮고도 다른 성장의 현재다.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 사진=tvN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 사진=tvN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능청으로 열고 눈물로 붙드는 밀정

김유정은 '100일의 거짓말'에서 소매치기 가경의 능청과 공포, 연민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미국행을 꿈꾸다 총독부에 잠입한 가경에게 거짓말은 생존술이다. 김유정은 사토 히데오(박진영)에게 좋아한다고 둘러대고 언어와 말투를 바꾸는 모습에 경쾌한 호흡을 더한다.

구국단의 납치 시험에서는 완급이 선명하다. 이마에 총구가 닿자 "내 배후는 조선이다"라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순간, 단단한 목소리와 물러서지 않는 눈빛이 전율을 자아낸다. 이어 시험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결연함을 거두고 냉정하게 허점을 짚는다. 겁에 질린 얼굴에서 결의로, 다시 냉정함으로 돌아오는 전환이 정확하다.

실제 고문을 목격한 뒤에는 앞선 시험과 다른 두려움이 드러난다. 금석중(감우성)의 심문 통역을 마친 가경이 밀정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 김유정은 분노 속에 죽고 싶지 않은 공포를 남긴다. 대의보다 생존이 우선인 인물의 처지를 놓치지 않기에 이후의 변화도 갑작스럽지 않다.

금석중의 죽음을 목격한 뒤 터지는 눈물은 그 축적의 결과다. 취조실에서는 감정을 감추다가 히데오 앞에서 "안 괜찮다"며 무너지는 순간, 버티는 얼굴과 끝내 버티지 못하는 얼굴의 차이가 또렷하다. 잘 우는 것보다 언제, 누구 앞에서 울게 되는지를 설득하는 연기다.

전작 '친애하는 X'의 백아진이 타인의 마음을 이용했다면 가경은 타인의 고통 때문에 자기 계획을 바꾼다. 김유정은 두 인물의 차이를 감정의 강도가 아닌 반응의 방식으로 드러낸다. 능청과 결의, 공포와 연민을 구분하면서도 한 사람의 감정으로 연결하는 힘이 이번 연기의 성과다.

'연애박사' 김소현 / 사진=KT스튜디오지니
'연애박사' 김소현 / 사진=KT스튜디오지니

'연애박사' 김소현, 완벽하지 않아 더 마음 가는 미완의 청춘

김소현은 '연애박사'에서 사랑에 적극적인 태도와 쉽게 위축되는 마음을 함께 살린다. 의류학에서 로봇공학으로 진로를 바꾼 임유진은 불의에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김소현은 그 당당함을 유지하면서도 선택 이후 찾아오는 불안과 서툶을 놓치지 않는다.

새 연구실에서 동료와 비교하며 위축되고, 박민재(추영우)의 행동 하나에 기대했다가 서운해한다. 컴퓨터 배정을 두고 벌이는 실랑이에는 연애 감정뿐 아니라 낯선 분야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불안도 섞여 있다. 김소현은 유진을 당당하기만 한 인물로 정리하지 않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존심까지 드러내 생활감을 만든다.

민재의 장애를 마주하는 과정에서도 유진은 완벽하지 않다. 의족을 확인하고 당황해 자리를 피했다가, 그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돌아본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용기와 좋아하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가는 용기가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김소현은 그 변화를 성급한 결심으로 건너뛰지 않는다. 시선을 피하는 어색함과 자기 태도를 설명하려는 조급함, 다시 상대를 마주하는 눈물로 연결한다. 자신의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민재의 상처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거침없던 사람이 타인의 아픔 앞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변화가 전해진다.

고백할 때의 솔직함만큼 상대의 말을 듣는 순간도 좋다. 민재의 망설임과 차가운 반응을 받아내며 유진의 기대와 상처가 조금씩 달라진다. 작은 대화와 침묵에 감정이 쌓이는 안판석 감독의 멜로에서 김소현은 연애의 설렘과 청춘의 불안을 같은 호흡 안에 놓는다.

김유정이 거짓 신분과 큰 사건 사이에서 인물의 변화를 설득한다면, 김소현은 일상의 마찰 속에서 마음이 깊어지는 과정을 붙든다. 한때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던 두 배우는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의 복잡한 마음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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