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총자산 83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이 변화를 택했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전격 선임됐다. 현 양종희 회장의 연임을 점쳤던 금융권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논란이 1년 내내 되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 멤버들이 현재의 호실적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진하겠다는 전격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1일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재근 내정자는 오는 11월 KB금융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2029년 11월까지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이변이란 해석이 많다. 금융권에선 실적 성장세와 주주환원 등 재임기간 중 성과를 감안할 때 양종희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금융당국에서조차 "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회추위가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한 배경으론 세대교체가 꼽힌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이 재임 기간 훌륭한 성과를 이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 변화를 택했단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KB금융은 양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4년 금융지주 사상 첫 순이익 '5조 클럽'에 진입한 뒤 지난해 순이익 5조8430억원을 달성하며 '리딩금융'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 52%를 달성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재근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1961년생인 양 회장보다 5살 젊다. 양 회장이 연임할 경우 2029년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되는 반면 이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KB금융은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
이 부문장은 KB국민은행장(2022~2024년)을 지낸 전통 은행맨으로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재무총괄(CFO) 상무 등을 거친 경영통으로 꼽힌다. 양 회장이 은행장을 경험하지 않고 KB손해보험 대표 등을 거친 비은행 전문가란 점과 대비된다.
조 위원장은 "(이재근 부문장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에 더하여 재무·전략·글로벌 부문 등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으며,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KB금융 회추위의 독립적인 판단이 예상밖의 인물을 최종 후보자 선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 중심으로 '이사회 참호'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과적으로 '현직 프리미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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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금융 회추위는 조화준 위원장을 비롯해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이사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꾸려졌는데, 이 중 과반이 넘는 4명(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이 양 회장 취임 이후 합류했다. 다수의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임명자와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
한편 이 부문장은 '리딩금융'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AX(AI 전환)와 머니무브에 대응한 WM(자산관리) 재설계, 글로벌 강화 등 쉽지 않은 과제를 받아들었다.
증시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 가속화로 은행이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이에 대비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신 AI 기술의 발전과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로 은행 기반 금융지주의 기존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사업모델 전환이 절실하다.
글로벌 강화도 이 부문장에게 부여된 숙제다. KB금융은 탄탄한 국내 영업과는 대비되는 취약한 글로벌 실적이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경쟁사인 신한금융이 지난해 금융사 최초로 글로벌 사업 세전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가운데 KB금융은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며 주춤한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타행이 앞다퉈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KB금융은 이미 잘 구축된 포트폴리오 기반에서 경쟁사와 더욱 격차를 벌려야 한다"며 "KB금융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실적을 달성하고, 자본시장 흐름에 걸맞는 종합 자산관리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