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 브랜드·24만명 방문
LG 제로레이버·삼성 AI일상
가사노동 종말 가능성 보여줘
"반복적 업무와 결정 대신할것"
"나 이제 출발해." 카카오톡에 짧은 메시지를 남기자 AI(인공지능)가 현재 위치와 집까지 걸리는 시간, 평소 선호하는 집안 온도 등을 파악한다. 이어 귀가시간에 맞춰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가동할지 먼저 묻는다. 사용자가 "그렇게 해줘"라고 답하자 여러 가전이 알아서 움직인다. LG전자가 선보인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다.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IFA 2026'을 관통한 흐름 중 하나는 '가사노동의 끝'이다. 올해 IFA에는 지난해보다 9% 늘어난 24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전시참여 브랜드도 2000개로 5% 증가했다.
IFA 2026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전에 넣는 경쟁에서 사람이 해야 할 조작과 판단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무대에 오른 수많은 AI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도 결국 사람을 대신해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일을 먼저 제안·실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LG전자 역시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을 궁극 목표로 내세우고 다양한 AI 가전과 솔루션을 선보였다(사진). 씽큐 클로는 사용자의 말과 생활맥락을 이해한 뒤 필요한 가전과 서비스를 하나의 실행계획으로 묶어 먼저 제안한다. 자녀의 방학일정을 확인하면 낮에 냉방과 청소시간을 조정하고, 마트 전단지 사진을 보내면 식재료와 가족의 식습관을 고려해 메뉴를 제안하는 식이다. 연내 공식출시가 목표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5일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까지는 AI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연결성을 강조했다"며 "올해는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각 가전이 고객의 공간과 생활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해 고객의 일상이 '제로 레이버 홈'으로 가는 지향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를 전시관 주제로 내세우며 AI가 사용자의 고민을 줄여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AI 냉장고는 내부 식재료를 인식하고 사용자가 재료를 선택하면 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하고 조리법까지 안내한다. 세탁기는 빨래의 오염정도와 필요한 세제량, 운전방식 등을 AI로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이 전자제품에 생활방식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제품이 사람의 일상에 맞춰지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는 올해 IFA의 슬로건으로 '집안일의 끝이 보인다'를 내걸었다.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은 "'집안일의 끝'은 요리하거나 집을 즐기는 경험, 인간의 참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기술이 반복적인 업무와 의사결정을 점차 대신해 사람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노력과 불확실성, 복잡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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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신형 식기세척기는 카메라와 AI로 식기의 종류와 배치를 파악해 세척방식을 조절한다. 사람이 일일이 세척코스를 고르던 판단까지 가전이 대신하는 셈이다.
올해 IFA에 처음 참가한 중국 샤오미는 명령하는 과정마저 없앤 모습을 보여줬다. 침실에서 사용자가 아무 말 없이 책을 집어들자 홈카메라에 연결된 AI가 독서하려는 의도를 파악해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하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켰다. 커튼도 자동으로 닫혔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도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의 끝'과 맞닿아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에서 LG전자 홈로봇 클로이드는 빨래를 옮기고 개며 가사노동을 직접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IFA에서는 여러 가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AI가 집안 전체를 조율하는 미래를 상징적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