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026]

"목표는 크게 갖는 게 좋지만 지표는 상당히 통찰 있고 촘촘해야 합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에서 '에너지 머니볼-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보급 목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얼마나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발전량과 전력망 연결 가능성, 출력제어 저감 실적 등을 세부 지표로 삼아 정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영화 '머니볼'을 사례로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제한된 예산으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빌리 빈은 당시 구단들이 중시하던 타율과 홈런 등 전통적인 지표 대신 출루율에 주목했다. 통계와 세부 지표를 활용해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하고 팀을 구성하면서 2002년 20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 의장은 이같은 머니볼의 접근법을 국내 에너지 정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머니볼에 나오는 그 구단처럼 1년에 100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그 과정들을 잘게 쪼개고 통찰력 있는 지표들을 만들어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냥 큰 목표만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다. 김 의장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은 이용률이 15~20%밖에 안 나온다"며 "똑같은 용량이라도 발전량은 훨씬 적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냥 설치 용량이 아니라 발전량을 어느 정도로 하겠다든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현재 8%인데 몇 년도에 몇 %까지 가게 하겠다든지 이런 것을 더 강조하는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을 제한하는 출력제어 문제도 핵심성과지표(KPI)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장은 "이미 그리드 커넥션(전력망 연결)이 된 발전소들도 전기를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출력 제어율을 얼만큼 많이 절감했다든지 이런 촌철살인 같은 KPI들이 여기저기 그 주체들한테 주어져야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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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7GW로, 2030년까지 63GW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연평균 12.6GW 규모지만 지난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약 3GW에 그쳤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 20년간 국내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의 95%는 태양광"이라며 "63GW를 추가로 하려면 매년 12.6GW, 지금 속도의 4배 이상을 해야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걸림돌로는 전력망 부족을 꼽았다. 송전망과 배전망의 용량이 부족하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더라도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으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송전망의 용량이라든가 배전망의 용량, 변압기 용량, 변전소 용량 등이 상당히 지금 부족한 상태"라며 "이를 실제로 확충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민원 때문에 딜레이가 길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확충과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부지 확보도 과제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올해 3차 ESS 중앙계약시장 공고 물량인 1.18GW가 연간 재생에너지 설치 목표인 12.6GW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상당히 부족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소 1MW(메가와트)를 설치하려면 약 2000~2500평이 필요한데 땅값만 7억~8억원으로 총사업비의 40% 수준"이라며 "적합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설치 용량뿐 아니라 실제 발전량과 출력제어 저감 실적, ESS 활용도, 민간 투자 유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에서 생각하시는 정책적인 큰 방향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지지하는 편"이라면서도 "목표는 크게 갖는 게 좋지만 지표는 상당히 통찰 있고 촘촘해야 된다"고 제언했다.